정상회담서 북중 의기투합…中외교라인 총출동, 한반도 외교에 총력
中, 주한미군 철수 요구땐 복잡성 조성…"남북미 평화논의 주도해야"
북한이 띄우는 중국,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핵심행위자로 나서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축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급변 기류에 휩싸인 가운데 중국이 현 국면의 핵심 행위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의 이런 스탠스는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후속 협상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이틀 일정으로 방중하면서 수면으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북중 협력·협동 의지가 확인됨으로써 비핵화와 대북체제안전보장 논의는 물론 그 연장선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중국이 개입해 큰 역할을 하려는 의지가 강력해 보인다.

다시 말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측이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명시해 이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본격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서는 기색이 역력하다.

4·27 남북정상회담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 가능성이 언급된 걸 계기로 '차이나 패싱'이 우려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으나, 중국이 북중관계를 급속하게 개선함으로써 작금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급변 논의 속에 둥지를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전날 북중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성과를 잘 실천하고 유관국들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 역시 "우리는 중국 및 유관국들과 함께 영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화답함으로써, 중국의 '진입'을 반겼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의 20일 보도를 보면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조선 측의 입장과 결심을 적극 지지한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자기의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회 연설에서 "조선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받았다.

외교가에선 북중 정상의 이런 발언은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진행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과정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할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날 정상회담에는 중국 외교를 주도하는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정치국 상무위원,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이 총출동했다.
북한이 띄우는 중국,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핵심행위자로 나서나
석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김정은 위원장이 세차례 방중해 북중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당과 정부 간 교류를 급속하게 확대해온 북중 양국은 '친밀'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때 '중국 배후설'을 이유로 북미정상회담 취소발표까지 할 정도로 중국을 의식하고 있으나, 김 위원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및 체제안전보장 협상에서 중국을 지렛대 삼아 대미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있고, 중국은 작금의 급변 정세 속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려는 의도로 의기투합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한반도 상황관리를 자국 외교의 핵심으로 여기고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중국의 이런 태도는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게 흘러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당장 종전선언부터가 문제다.

북미정상회담에 이어지는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조기에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평화협정 체결과 이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으로 들어가면 중국은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됐다.

문구상 중국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1990년대 초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4자회담에 중국이 참여했던 역사가 있다.

또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에서도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남북미중 4자가 참가하는 회담을 구상하기도 했다.

중국이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한반도 군축 등의 논의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동북아시아에 주둔하는 미군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중국 견제가 목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철수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며 "한반도 평화논의의 복잡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남북미가 먼저 논의를 주도하면서 중국이 참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