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거리 3천500㎞로 짧아…평양-베이징 800㎞ 불과해 이용한 듯
'항공기 외교' 본격화하면 전용기 확충 가능성도
김정은 세번째 방중도 항공기로… 지방시찰 때 애용 'AN-148'
'전용열차→ 옛 소련제 전용기→ 우크라이나제 전용기'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그가 이용한 교통수단이 방중 때마다 달라져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25일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이용한 교통수단은 그의 전용열차였다.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중국을 방문할 때 전용열차를 이용했기에 이는 큰 관심을 끌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납치나 폭발 등 사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비상시 대처가 유리한 열차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7∼8일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해 시 주석과 깜짝 재회동했을 때 그가 이용한 것은 열차가 아닌 전용기 '참매 1호'였다.

이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이다.

4개 엔진을 장착한 이 항공기는 비행거리가 1만㎞에 달해 평양에서 미국 서부 해안이나 유럽 도시까지 비행할 수 있다.

평양에서 5천㎞가량 떨어진 싱가포르까지도 충분히 비행할 수 있어 6·12 북미정상회담 때 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김 위원장은 중국에서 빌린 보잉 747기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번 방중 때 김 위원장이 이용한 항공기는 또 다른 전용기인 '안토노프(AN)-148' 기종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AN-148은 2004년 시험 비행을 했으며, 2009년 양산에 들어갔다.

고려항공은 2013년 2대의 AN-148을 사들여 중국 노선에 투입했다.

비행거리가 3천500㎞로 IL-62M보다 더 짧지만, 김 위원장은 지방시찰 때 이 전용기를 애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관영 매체에는 그가 AN-148에 타고내리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위성에 찍힌 사진을 보면 북한 곳곳에 있는 김 위원장의 별장 근처에 이 전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를 조성한 것을 알 수 있다.

비행거리가 짧음에도 김 위원장이 이번에 AN-148을 이용한 것은 평양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가 800여㎞에 불과해 이를 이용하는 데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지난달 다롄 방문과 이달 싱가포르 방문으로 항공기를 이용한 해외 방문에 자신감이 붙은 것도 그가 평소 애용하던 전용기를 이번에 투입한 배경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핵화 후 김정은 위원장이 조부 김일성 주석처럼 '항공기 외교'에 나선다면 북한이 그의 전용기를 확충할 가능성도 있다.

김일성 주석은 항공기를 이용해 옛 소련을 수차례 방문했다.

또 동유럽 국가와 제3세계 국가들을 방문할 때도 항공기를 애용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 비핵화 후 개혁개방을 마음먹었다면 이에 필요한 외국 지원과 투자 유치 등을 위해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용기를 전면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IL-62가 1960년대 개발돼 1995년 단종된 노후 기종이고 AN-148의 비행거리가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최신 항공기를 사들여 '항공기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국도 기존의 보잉 747-400 4대 외에 중국 지도부 전용기로 사용하기 위해 최신 보잉 747-800 여객기 4대를 추가로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