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용 매체 조선중앙통신만 보도…대미협상력 제고 목적인 듯

미국의 핵 협상 방식에 반발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북한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대내용 매체에서는 일절 보도되지 않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전 11시 18분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동지의 담화'라는 제목의 담화를 처음 보도했다.

김 제1부상은 이 담화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한 차례 보도된 이후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에서는 김 제1부상의 담화를 다루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대내외 기관·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외용 선전 매체로 북한 주민 개인이 직접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통상 북한이 발표한 중요 담화문 등은 중앙통신은 물론 대내용 매체를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달 열린 남북정상회담 관련 소식 역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반면 이번에는 17일자 신문과 라디오 등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를 비난하는 논평 등은 계속 다루고 있으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을 밝힌 김 제1부상의 담화 발표 내용은 전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심 외교 라인인 김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대외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협상력 제고 전술의 하나로 풀이된다.
北, 김계관 '북미정상회담 재고' 담화 내부에 공개 안 한 까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