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에 선물…제2 웜비어 사건 회피 의도
北,억류 미국인 왜 석방?… 회담분위기 조성·이미지 훼손 피하기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조율차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억류 미국인 3명 석방이라는 선물을 안겨, 회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한 억류 미국인이 석방되자마자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들의 미국행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마중 나갈 예정이라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억류 미국인의 석방을 자신의 업적으로 부각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9일 오전 전용기 편으로 평양에 들어가면서 미 국무부 출입 풀 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억류자 석방 문제를 다시 얘기할 것"이라며 "북한이 석방 결정을 한다면 위대한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 억류됐던 미국인의 송환을 얼마나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직접 만나고 억류자 석방이라는 선물을 안긴 것이 결국 앞으로 있을 북미 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들어줌으로써 앞으로 있을 회담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박한 대북협상가로 평가를 받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의 인터넷매체 '복스'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북한이 미국인들을 억류하고 협상 카드로 썼기 때문에 미국은 이들을 데리고 나오려고 전직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 관리를 파견했다"며 "이번에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에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는 간첩, 적대행위, 국가전복음모 등 죄목으로 형을 사는 중죄인인 억류 미국인들을 석방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풀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한과 미국 정부 모두 억류자 석방을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카드로 잘 활용하고 있다"며 "북한은 미국에 성의를 보여 회담에 나서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미국은 국내의 반발 여론을 누그러뜨리려고 미국인 석방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하고 있어 봐야 국가 이미지 훼손만 되는 만큼 북미정상회담을 기회로 석방을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었던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고, 그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노동교화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된 뒤 엿새 만에 숨을 거두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침해를 강하게 비난했다.

사실 2015년 10월 북한 함경북도 나선에서 체포돼 2년 반 가까이 붙잡혀 있었던 김동철 목사는 올해 64세이다.

또 중국 연변과기대 교수 출신인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씨는 59세이다.

자칫 장기간의 수감생활이 건강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북한 입장에서 더 잡아두는 것이 실익이 적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미국과 정상회담 논의가 시작되면서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을 모두 노동교화소에서 석방하고 평양의 호텔에 숙박하도록 하면서 건강관리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민은 "웜비어씨 사례에서 보듯 북한이 나이 든 미국인을 교도소에 가둬두고 있는 것은 신병 이상 등의 위험이 수반되는 일"이라며 "북미관계 개선을 이유로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