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걱정 말라"…비핵화 '의구심' 아베에 신뢰 심어주려 노력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 계기 관계발전 공감대
'비핵화'로 머리 맞댄 한일 정상… 관계개선 전환점 맞았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비롯한 역사 문제 등을 놓고 냉랭한 관계를 이어 온 한일 양국이 남북정상회담 성과인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일 공통의 이해인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앞당기면서 경색됐던 한일 관계도 개선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9일 일본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총리관저에서 오찬 회담을 하고 남북정상회담 성과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지지해 주시고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유익한 논의를 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힘 있게 리더십을 발휘해주셔서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됐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이 중량감 있게 가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진전을 위해 양국이 더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혀 비핵화 이슈와 관련한 양국의 협력을 예고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불과 석 달 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아베 총리가 방한했을 때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놓고 대치했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아베 총리가 이 회담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며 "총리가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일침을 놨다.

이때와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동북아 평화체제 정착과 관련한 주도권을 쥐어왔지만, 상대적으로 일본은 소외되는 듯한 정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합의를 향해 달려가는 흐름 속에서 일본은 자국민의 납치자 이슈 등이 상대적으로 뒷순위로 밀리는 데 경계감을 나타내 왔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현 정세 속 일본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듯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비핵화 프로세스에 의구심을 드러낸 아베 총리에게 문 대통령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북한을 참가시킨 사례 등을 설명해 '운전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동북아 안전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고 한 아베 총리의 요구에 문 대통령이 "넓은 의미에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는 일본이 참여해야 한다"고 한 것도 변화한 한일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위안부 문제도 거론됐으나 그 수준은 그동안 양국이 거론했던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문제와 분리해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따라 대화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사실상 '셔틀외교'가 복원됐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한일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본격적인 셔틀외교를 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의 파트너십 선언 20주년인 올해를 한일 관계발전의 새로운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