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동시수감 '비극'…박근혜·이명박 법의 심판대에
국정원 불법 정치공작·특활비 靑상납·다스 실소유주 규명…고강도 사정
"민주주의 회복에 필수 조처" 평가 속 "민생경제에 역점 둬야" 목소리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2018년 3월 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 소회)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2017년 10월 16일,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결정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
전직 국가원수로서 단죄의 도마 위에 오르는 불행한 역사가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잇따랐다.

전직 대통령들은 '정치보복'이라는 공통된 주장을 내세워 처벌의 부당성을 따지고 있지만, 거액 뇌물과 국가기관을 동원한 권력남용 등 드러난 혐의가 인정될 경우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적폐청산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사법당국이 지난 정부 최고위층의 부패 혐의를 대대적으로 적발한 결과다.

감시와 견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던 전임 정부 집권기에는 봉인돼 있던 비리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쉴새 없이 드러났다.

사법당국은 고강도 사정을 통해 드러난 비리 사건을 법의 심판대에 올렸다.

적폐청산 작업은 불행한 역사가 더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가 투명한 정국 운영을 하도록 발판을 다졌다는 점에서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다만 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피로감과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고, 권력층 사정에 몰두한 나머지 민생 문제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 또한 있었다.

적폐사건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수순을 밟는 가운데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이 향후 여론의 중심을 잡아가는 데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뒤따른다.
[문재인정부 1년] 중단없는 적폐청산…불행한 역사도 반복
◇ 文정부 출범 후 국정원·부처 수사의뢰 잇따라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소로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의 큰 줄기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출범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는 신속히 확대됐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과 정부부처가 저마다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내부 비리 사안을 자체 조사했고, 앞다퉈 검찰에 수사 의뢰와 고발을 했다.

수사 의뢰 범위가 가장 광범위한 사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었다.

국정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별도 수사팀을 꾸려 민간인을 동원한 댓글 공작 등 국정원의 각종 불법 정치공작을 규명했다.

이 수사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간부 수십 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국정원 사건과 닮은꼴인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 수사가 뒤따랐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한 의혹이 새로 불거졌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했다는 사건도 부처 내의 자체 조사 결과가 검찰로 넘어와 사법처리된 사례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3월 특조위 활동 방해를 지시한 혐의로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이병기 전 대통령실장,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을 재판에 넘겼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도 최근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관여한 실무직원들까지 수사 의뢰를 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적폐청산 수사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사건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이었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은 약 3개월의 수사 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결론짓고 다스를 고리로 발생한 부정한 금품거래와 경영 비리 등 책임을 이 전 대통령에게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횡령, 배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돼 지난달 9일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마저 피의자로 구속 수감되는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봐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고, 국정원 특활비 수수 등 추가 기소된 사건으로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 1년] 중단없는 적폐청산…불행한 역사도 반복
◇ 대통령 권위주의가 낳은 적폐…"주인인 국민에게 권력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은 대체로 각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년 차에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 80%를 웃도는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이런 평가를 객관적 수치로 뒷받침한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적폐청산은 지난 두 번의 정권, 특히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이라는 실체가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며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정부나 지난 정권의 잘못에 대한 조정 작업은 필요하다"며 "이번처럼 지난 정권의 불법성이 명백하게 드러난 상황에서는 잘못을 정정해야 한다"고 적폐청산 작업을 지지했다.

한 교수는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쌓인 이유로 "그동안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 촛불집회를 통해 민주적 역량을 증명한 시민사회에 힘을 부여해야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운동 자유를 넓게 인정하고 선거 연령을 낮추는 등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한 교수는 제안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적폐청산은 옳지만, 강도 높은 사정활동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경제·사회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잘못을 고쳐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적폐청산의 강도가 너무 강해 사회·경제적으로 피로감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1년간 정권의 초점이 적폐청산에 맞춰지면서 기업 살리기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며 "적폐를 청산함으로써 개선될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국제적 경쟁에 나서야 할 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2년 차부터는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평중 교수는 "언제까지 적폐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순 없다"며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외교·안보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물꼬를 튼 상황에서 보수층까지 끌어안아 전 국민적인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부문에서 지난 1년간 추진한 소득 주도형 성장 정책에 대해 엄정한 중간 점검을 해야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이 실감할 수 있도록 경제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