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회담 장소·시기 며칠 내 발표" 언급 직후 방문
靑 "스몰딜 보다 빅딜 논의"…비핵화 방법론 북미 교집합 확장 관측도
美가 비공개 방문 요청…韓 의견 비중 있게 반영 관측
정의용 극비 방미… '북미 판문점 빅딜' 조율하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4일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한미 간 조율 진전이 주목된다.

'한반도 빅뱅'을 앞두고 중대 국면마다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한 정 실장이 북미 정상의 담판을 코앞에 두고 비밀리에 또 미국을 찾은 것은 북미 간 '빅 딜'을 위한 협의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 실장의 방미 사실을 함구하던 청와대는 연합뉴스 보도 직후 "정 실장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자는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요청으로 비공개 방미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청와대는 미국 요청에 따라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 실장이 미국의 카운터파트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취임한 9일 이후 방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앞선 두 차례도 한미 당국은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두 사람의 만남 이후 공개했다.

정 실장의 이번 방미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이 급부상한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 중 하나로 판문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구체적인 회담 장소와 날짜가 며칠 안으로 발표될 것 같다"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지니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정 실장의 극비 방미는 한미 간 판문점 개최 문제 논의와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문점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 간 대좌가 이뤄진다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의 성지'로 탈바꿈할 수 있고 이는 미 국내정치 악재를 뒤로하고 지지세를 확장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나쁜 카드가 아니다.

게다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최근 호텔로 이동해 석방 수순을 밟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판문점 북미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귀환할 수 있다는 관측 역시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정 실장의 방미가 북미정상회담 장소 문제보다는 '비핵화 방법론' 같은 더욱 핵심적 사안에 대한 세부 조정을 위한 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75분이라는 최장기 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나눴지만, 세부 협의를 위해선 직접 대면이 효율적이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장소 문제는 '스몰 딜'(작은 쟁점)인 것 같다"며 "북미회담이 북핵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라운드라는 것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는 좀 더 '빅 딜'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 않겠나 추정한다"고 말했다.

북미 간 사전 접촉으로 비핵화에 대해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힌 것으로 관측되지만,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고수하는 북한 사이의 간극이 여전해 이를 좁히려는 협의를 위해 정 실장이 방미한 것이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서 북미가 주장하는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의중을 미국 측에 전달하면서 북미 간 교집합 확장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정 실장의 이번 방미를 미국이 요청했고 그것도 비밀에 부쳐달라고 미국이 당부했다는 점이다.

북미정상회담 장소 문제가 됐든 비핵화 방법론 이슈가 됐든 한국의 의견을 비중 있게 반영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중재역을 자처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정 실장의 방미는 아울러 북미정상회담 전인 이달 중순에 열기로 한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협의하는 의미도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