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순 세종硏 수석연구위원, 연구소 프레스포럼서 주장
전문가 "北, 소련 멸망 이래 주한미군 주둔 사실상 인정"
북한이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한 이래 주한미군의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왔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일 연구소가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북미정상회담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프레스포럼에서 "북한은 이미 1991년 소련이 멸망한 이래 주한미군의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왔다"며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겨냥한 '강대국 정치'를 하는 맥락을 북한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1992년 1월 북미 간 평화협정이 논의될 당시 김용순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아널드 캔터 미국 국무차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주한미군 주둔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때 주한미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한 사실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을 '한반도 평화유지군'으로 바꾸면 북한이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최근 외국 외교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자신의 견해를 북한의 '21세기 생존과 발전의 전략'의 틀로 설명하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평화공존을 통해 생존과 번영을 모색한다는 전략은 여태껏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양자 회담을 택했다는 사실 자체에 문제 해결 의지가 엿보인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 문제 다루는 최고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포럼에서 정재흥 연구위원은 "중국은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반드시 참여한다는 입장"이라며 "딜레마적 상황을 피하려면 중국이 참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연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