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착수는 비핵화 국면 안정 후에 본격화할 듯
靑, 남북경협 '신중' 모드… "신경제 구상도 비핵화가 전제"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처로 거론되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비핵화 목표를 달성한 후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 관계 발전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장기적 구상에 경제협력이 분명히 포함돼 있지만 지금 당장은 비핵화에 전력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최대 현안인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미가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경협 현안이 비중 있게 거론될 경우 문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시한 사항을 두고 청와대가 비핵화와 함께 남북 경협에도 속도전을 벌일 것이라는 해석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서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바란다"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추진하고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사전 조사연구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즉각적인 경협에 대비해 속도전을 주문한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대통령의 지시는 '몸을 풀라'는 뜻과 같은 것"이라며 "당장 경협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려면 최고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하는 만큼 문 대통령의 지시는 그러한 시점 이후의 상황에 차질 없이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정상회담 당일에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新)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건네준 것 역시 당장의 경제협력보다는 비핵화 이후의 협력을 내다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신경제 지도 구상은 그 전제가 비핵화 달성"이라면서 "대통령의 지시 역시 당장의 경협 속도전이 아니라 준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김 위원장에게 건네준 신경제 구상은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다 기존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며 "당장 뭘 어떻게 하겠다기보다는 남북 평화가 정착되면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관련해 경제 라인에 아직 특별한 지시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가 이행추진위로 바뀌고 나면 (경제협력과 관련한) 태스크포스 등을 꾸려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