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나흘만에 철거 착수…"MDL 적대행위 중지선언 실천"
55년전 대북확성기 방송시작 5월1일 철거… 판문점 선언준수 차원
군 당국이 남북 정상 간의 '판문점 선언' 나흘만인 내달 1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 철거작업에 돌입하는 것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적대 행위 중지를 먼저 실천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군은 지난 23일에도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핵동결 선언에 부응해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다.

북한보다 방송을 먼저 중지한 데 이어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도 북한에 앞서 시행하는 것이다.

이에 국방부는 30일 "판문점 선언을 준수하고자 하는 행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군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이후 다음 달 열릴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 문제를 논의하고, 철거 일정에 합의한 다음 동시에 철거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실제 군 관계자들도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어 방송시설 철거를 논의할 것이란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북측과 의사 교환 과정을 생략하고 먼저 철거에 돌입하는 것은 뜻밖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런 지적에 대해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초보적인 단계로서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일단 생각을 해서 먼저 시작을 하게 됐다"면서 "이 부분은 판문점 선언에 명시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 시작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의 한 관계자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적대 행위 중지 선언을 우선 실천화하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그간 중단과 재개를, 철거와 복구를 반복해왔는데 남북 정상 간의 판문점 선언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우리 군은 1963년 5월 1일, 서해 쪽 MDL 일대에서 처음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했다.

1962년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데 대한 대응 조치였다.

국방부가 내달 1일부터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55년 전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최초 시작한 날과 공교롭게 겹친다.

냉전 시대 체제대결의 수단이자 심리전 도구로 활용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접경지역의 북한 주민과 최전방부대 북한군 장병들에겐 '외부와 소통'하는 중요한 채널이자 일상정보 수집 수단으로도 유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에 대해 합의한 이후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한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MDL 일대에서 철거한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구축했으며, 2015년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재개했다가 같은 해 중단했다.

이후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