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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회담 장소인 판문점 남측 지역의 평화의집 내부 역시 시계부터 펜, 메모지까지 꼼꼼하게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우선 1층 로비에서 김 위원장이 사용한 방명록 책상과 의자는 회담 전인 오전 8시께부터 남북 실무자들이 꼼꼼하게 사전 점검에 나서는 등 빈틈없이 대비하는 모습이 나왔다.

방명록 종이는 남측에서 준비했지만, 펜은 북측에서 준비했다고 한다.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 때 우리 정부는 펜을 여러 개 들고 가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쓸 펜을 고르라고 제안했으나 북측에서 자신들이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이 잘 써지는 펜으로 골랐다는 전언이 나왔다.

북측 경호원은 이날 분무기를 활용해 방명록 책상과 의자에 소독약을 뿌리고 등받이와 팔걸이, 의자 다리까지 치밀하게 닦아냈다.

우리 정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별도의 펜을 준비했고, 북측 경호원은 펜을 닦는 천을 꺼내 들고서 이 펜을 소독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 펜을 사용하지 않고,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케이스에서 별도로 꺼내 건네준 펜으로 방명록을 작성했다.

방명록 책상에 대한 도청장치 검색도 이뤄졌다.

한편 회담장 안에는 2천18㎜ 폭의 헤드 테이블을 중심으로 양측에 3개씩 6개의 의자가 배치됐고 자리마다 펜과 메모지, 유리잔과 찻잔이 마련됐다.

테이블 위 가운데에는 흰색 꽃이 놓였다.

양 정상의 의자에는 등받이 쿠션도 준비됐다.

수행원들이 기다리는 대기실에는 서울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이보다 30분 늦은 평양의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 2개가 나란히 걸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남북 시차 때문에 우리 측 취재진 사이에서 흥미로운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화의집에 같이 있더라도 어떤 기자의 스마트폰에는 한국시각이, 어떤 기자는 스마트폰에는 북한시각이 각각 표시됐다.

북한시각으로 표시된 사람의 스마트폰에는 '로밍 지역이 아니다'는 문구가 뜨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기 전 판문점 T2과 T3 사이 동선을 점검하러 간 기자의 스마트폰 표시가 북한시각으로 자동 변경돼 현장 취재에 착오를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

평화의집 3층에는 만찬 공연용으로 추정되는 피아노, 드럼 등의 악기가 마련됐다.

북측에서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은방울' 상표가 붙은 가야금 모양의 악기도 있었다.

평화의집 외벽에는 흰 천이 걸렸다.

이는 정상회담의 마지막 순서인 환송공연에 '하나의 봄'이라는 주제의 3D 영상을 상영할 때 쓰일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두 정상이 만나 회담하는 장소는 물론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는 순간 화동이 전달한 꽃에도 각별한 의미를 담아 준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측 취재진에게 "꽃 중의 꽃으로 꽃의 왕이자 북쪽을 상징하는 작약과 남쪽을 상징하는 유채꽃, 평화를 상징하는 데이지로 꽃다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