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한국전참전용사회' 스칼라토 회장 "내가 싸웠던 그곳서 종전회담을 한다니…"
"개인 전쟁박물관서 옛 기억 생생…종전선언되면 엄청난 성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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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결코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 아닙니다. 참전용사들에게는 어제 일처럼 선명합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자택에 들어서자, 살 스칼라토(Sal Scarlato·85)씨는 곧장 지하실로 안내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스칼라토씨의 '개인 전쟁박물관'이다.

자신이 직접 사용했던 전투복·전투화부터 빛바랜 태극기와 인공기, 전투 상황도까지 수많은 '기념물'들이 널찍한 지하공간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이제는 장성한 손자와 함께 20여 년 전부터 기념품들을 모으고 정리했다고 한다.

스칼라토씨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천이 자주 찢어지고 부품도 많이 부러지곤 한다"면서 "관리에도 꽤 시간이 걸리지만,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옛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지난 1951년 10월 18세 때 자원입대했고, 해병대 1사단 소속 자동화기병으로 서부전선에 배치됐다.

고지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될 무렵이었다.

당시의 판문점 일대가 해병대 1사단 관할이었고 중공군과의 전투는 참혹했다.

이듬해 7월 일명 '시베리아 고지'에서 중공군의 수류탄 공격에 중상을 입고 후송됐다.

스칼라토씨는 "근접전투가 많았기 때문에 미국에 돌아와서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심했다"면서 "역설적이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전투장면이나 악몽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전쟁의 기억이 생생한 또 다른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주 한국전 참전용사회' 회장을 맡으면서 총 8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초청단체의 안내로 판문점을 찾았다고 한다.

스칼라토씨는 "66년 전 내가 중공군과 싸웠던 그 지역에서 남·북한 정상이 만난다고 하니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D-2] '종전선언' 주목하는 6·25 참전 노병 [미국]
'종전선언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하자, "보여줄 게 있다"면서 누렇게 빛바랜 상태로 코팅된 신문기사를 들고 왔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의 1953년 7월 28일 화요일 발행분이다.

'휴전협정 서명'(Truce Signed)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의 27일자 판문점발 톱기사에는 유엔군 수석대표인 해리슨 미 육군 중장과 공산군 수석대표인 남일 대장의 이름이 명시돼 있다.

휴전협정 기사에 한국군 이름은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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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라토씨는 "당시 한국군은 휴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셈이니 종전선언을 놓고서도 법률적 해석이 다소 복잡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중요한 사실은 전쟁의 당사자는 분명 한국인이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이 된다면 그건 엄청난 성과"라며 "북한의 경제적 가치를 제쳐놓더라도 같은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하고, 종전선언은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아흔을 바라보는 뉴욕주의 참전용사들은 매년 두 차례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뉴욕주가 워낙 넓다 보니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전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스칼라토씨는 "조만간 북미 정상회담도 열린다고 하니 이번 여름 모임에서는 참전용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