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남성 학살 50주기' 시민평화법정 등 일정 마무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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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군에게 희생된 하미 마을 사람 135명의 뜻으로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주십시오."

23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선 베트남 꽝남성 출신 응우옌티탄(60·여)씨는 베트남어로 미리 써온 발언문을 담담한 목소리로 읽으며 이같이 말했다.

꽝남성 하미 마을에 사는 그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한국군에 의해 어머니와 남동생, 숙모, 두 사촌 동생을 하루에 잃었다.

한베평화재단 등에 따르면 당시 한국군은 하미 마을에서만 135명을 학살했다.

응우옌티탄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학살사건에서 살아남아서 50년이 지난 오늘 한국에 서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난 한 달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간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염려했다. 그러나 학살 당시 나를 구하고 가족과 이웃들의 처참한 시신을 수습했던 오빠가 '억울하게 죽은 가족을 위해 한국에 가서 증언하는 게 살아남은 사람의 도리'라고 해서 오게 됐다"고 전했다.

응우옌티탄은 "우리는 살아서 이 자리에 서지 못한 피해자들 대신에 다시 한 번 한국 국민에게 호소한다. 한국 정부의 사과를 받고 싶다. 한국 정부는 한국군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증언을 들어주고 지지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예전에 한국은 내 가족을 앗아간 무서운 나라였지만 이제 따뜻한 친구도 있는 나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 종전 43주년(4월 30일)과 한국군 꽝남성 학살 50주기를 맞아 19일 국회 기자회견, 21∼22일 시민평화법정 등 연속 행사를 치르고 이날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단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다고 해 공식 사과를 촉구했으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면서 "한국 정부는 먼 길을 달려와 증언한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의 존재를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