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경수 의원 관련 수사도 협의"…검찰 "경찰과 협의했던 건 드루킹 내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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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49·구속)씨의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더디고 부실하게 진행된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수사 주체인 경찰과 검찰이 미묘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직후에 압수물의 송치 과정 등을 두고 입장차를 드러낸 데 이어 1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사건 관련성을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지휘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지적을 두고도 양측이 서로 다른 해명을 내놨다.

먼저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텔레그램 대화방을 분석하다가 지난 5일 김 의원과 관련한 대화방을 최초로 확인했고, 9일 검찰과 이에 대한 협의(법률검토)가 있었다"며 "13일 텔레그램 전체 자료를 인쇄해 검찰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3월 30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에는 압수물 분석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의도적으로 김 의원 관련 내용을 빼놓고 사건을 송치한 것이 아니고, 관련 내용을 발견한 이후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경찰은 9일 상황에 대해 '협의'와 '법률검토' 등의 표현을 쓰면서 김경수 의원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검찰의 의견을 구했다는 취지를 부각했다.

그러자 같은 날 저녁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그간의 진행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우선 검찰은 9일 경찰에서 찾아와 '협의'나 '법리검토'를 한 것은 이미 송치된 업무방해 사건의 일반적인 내용과 관련한 것이었고, 논의 막바지에야 김 의원과 관련한 자료를 추가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 관련 내용은 아직 송치된 사건이 아니므로 절차상 수사지휘를 맡은 검사가 정식으로 지휘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9일 저녁 무렵 경찰 수사팀장이 '김경수 의원에게 기사 목록 보낸 게 나왔다'며 A4용지 3장에 김씨의 텔레그램 화면 5개를 가져왔다"면서 "주임 검사가 그것을 보고 빨리 디지털 분석을 완료해 전체를 송부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13일 오후 6시 30분께 텔레그램 전체 내용이 담긴 A4용지 100여장을 검사실에 전했다"며 "17일에는 출력물이 아닌 대화방의 이미지 파일을 주고 갔는데, 이는 13일에 준 것과 같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 관련 자료가 경찰로부터 중간에 끼워 넣듯이 전달된 경위, 당시 경찰과 논의 중이었던 내용 등에 비춰 보면 경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김 의원 관련 부분에 관한 '협의' 내지 '법률검토'가 그때그때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과 경찰은 앞서 압수물 등을 두고도 미묘한 신경전 양상을 보인 바 있다.

경찰은 김씨가 운영하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170개를 압수한 뒤 이 가운데 133개를 검찰에 넘겼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휴대전화의 양이 너무 많아 분석 없이 검찰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양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압수 증거물을 손대지 않고 검찰로 넘기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수사에서 해당 증거물의 가치가 적다고 판단해 넘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찰로부터 휴대전화를 넘겨받게 된 검찰은 압수물을 적법하게 확보한 것인지 전화기를 어느 범위까지 분석할지 등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휴대전화들이 수사 본류와 관련성이 적어 보이고, 전화기의 주인이 수사 대상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이 휴대전화들을 검찰에서 다시 대출받아 직접 분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처럼 다시 분석하기로 한 휴대전화들을 당초에 분석도 없이 검찰로 넘겼던 점을 두고,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만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