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북핵, 포괄적 합의 뒤 최대한 압축적 단계로 이행 중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9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다루게 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중요 현안을 동시에 올려놓고 포괄적인 합의를 이뤄내고 최대한 압축적인 단계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오후 '북핵 위기와 정상회담-아시아 각국의 시각'이란 주제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 기조강연에서 "김정은은 비핵화의 대가로 안보보장, 외교관계 개설, 경제지원 등을 원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단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한 뒤에 보상한다는 리비아식 모델은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검증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을 신고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언제 어느 곳이나 사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이 불시 사찰을 허용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중간단계의 보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서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2013년에 핵·경제 병진노선을 얘기했는데 국제정세의 변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등을 고려할 때 병진노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적당한 가격에 핵무기를 팔아서 북한 주민의 민생을 살리는 방향으로 노선변화를 꾀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북한은 그동안 모든 무역에서 중국 기업으로부터 7%의 리베이트를 받아왔는데 지난해 약 3억5천만달러의 리베이트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인해 정부 재정, 권력 엘리트, 중·고위층 관료들의 수입이 타격을 받았다.

올해는 북한 주민의 생계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2017년 북한 수출이 37% 감소해 외화수입이 크게 줄어든 결과, 정권과 국가기관, 권력층의 외화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제재 실효성 지수로 볼 때 2017년 12월은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만약 유엔 안보리 제재가 제대로 집행되면 올해 북한 수출은 2015∼16년 대비 90% 이상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미래의 경제위기를 예상하고 (북핵) 협상을 제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아시아지역 관련 연구소협의회가 주최한 이날 좌담회에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통일평화연구원·러시아연구소·미국학연구소·아시아연구소·일본연구소·중국연구소·중앙유라시아연구소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