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내려놓기는 선거용 '립서비스'… 오히려 의원수 늘리려는 국회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정치구조 개혁 바람이 불고 있지만 우리 국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위기를 겪을 때는 매번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이다 선거 후에는 ‘나몰라라’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은 전광석화처럼 처리하는 ‘이익 공동체’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산다.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처리한 보좌관 8급 신설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거느리는 보좌 인력은 보좌·비서관 8명과 인턴 1명으로 9명에 달한다. 미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단연 1위다. 스웨덴은 의원 4명당 1명의 보좌인력을 제공하는 정책보좌관 풀 제도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법안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 무단결석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국회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의 지난 2년간 본회의 무단결석률은 55%에 달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특권부터 내려놔야 한다”며 “수행비서에 운전기사, 지역보좌관까지 두는 보좌인력을 정책 보좌관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현재 300명인 의원정수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 등 소수 야당은 다당제 안착을 명분으로 전국 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할당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헌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야당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에 동조하고 있다.

지역구 의석(253석)을 그대로 둔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국회의원 숫자는 최소 50명 이상 늘어 300명인 의석이 최소 350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현재 우리 국회의 의원 규모는 절대적인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 프랑스가 국민 7만 명당 의원 1명인 데 비해 우리는 17만 명당 1명 비율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국회의 비생산적 구조와 비효율성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국민들의 거부감이 커 여야 어느 쪽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를 꺼리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지 않고는 도입이 불가능한 제도인데 어느 정당도 이 같은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의 정서적 거부감을 국회의원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실제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