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리비아식 해법은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한 일괄타결 방식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단계적 동시 비핵화 해법’, 즉 핵 동결-사찰-폐기 등 비핵화 단계별로 보상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최근 ‘고르디우스의 매듭’(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칼로 잘랐다고 하는 전설 속의 매듭. 대담한 방법으로 문제를 단숨에 해결한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내비쳤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등 일괄타결의 낙관론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나아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 정상 간 선언을 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그다음부터 실무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꾸 혼수나 시부모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미세하게 그런 문제가 없는 결혼이 어디 있겠느냐”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월 말까지 만나겠다고 선언한 것에서 해보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비핵화 협상 구상에는 “테이블에 들어오는 당사자들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생각이 있다기보다 중재자로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고 타협을 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핵심 관계자의 사견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리비아식 해법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미국 내 강경파는 리비아식 해법을 최상책으로 꼽고 있어서다.

청와대는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에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와 관련한 내용이 빠진 데 대해 “우리가 제시한 세 가지 비핵화 의제에 북측이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