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UAE서 전자결재 >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아부다비 숙소에서 개헌안 공고와 국회 송부를 재가하는 전자결재를 하고 있다. 아부다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문 대통령, UAE서 전자결재 >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아부다비 숙소에서 개헌안 공고와 국회 송부를 재가하는 전자결재를 하고 있다. 아부다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국회는 60일간의 ‘개헌 전쟁’에 돌입했다. 대통령 개헌안을 놓고 국회가 ‘가부’를 결정짓는 과제를 떠안은 것은 1980년 이후 38년 만이다. 지금까지 총 아홉 차례의 개헌 가운데 대통령(정부 포함) 발의는 1962년 국가재건회의 개헌과 1972년 유신헌법,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8차 개헌 등 단 세 차례였다. 당시에는 여당이 절반을 훨씬 넘는 제1당을 차지하고 있어 대통령 발의가 곧 개헌이었으나 ‘여소야대’ 정국인 20대 국회에서는 정부·여당과 야 4당이 첨예하게 맞서 대통령안의 국회 통과에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 ‘책임공방’ 속 기싸움

< 국무회의서 개헌안 의결 >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의결했다. 오른쪽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국무회의서 개헌안 의결 >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의결했다. 오른쪽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대통령 개헌안 발의 첫날 여야는 책임 공방을 벌이며 주도권 다툼에 나섰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자유한국당의 몽니로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제1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야 4당은 대통령 발의에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번 헌법개정쇼는 앞으로 관제 언론을 통해 좌파 시민단체들과 합세해 대한민국을 혼돈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한국당은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 폭주를 막는 국민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국회가) 처리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겁박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회, 개헌협상 개시하고 ‘카운트다운’

< 국회에 개헌안 제출 > 김외숙 법제처장(맨 오른쪽)이 개헌안을 국회 입법처에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정구 국회 입법처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 처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 국회에 개헌안 제출 > 김외숙 법제처장(맨 오른쪽)이 개헌안을 국회 입법처에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정구 국회 입법처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 처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시간과의 싸움’에 직면한 국회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개헌 협상에 착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권력구조와 함께 선거구제 개편, 국민투표 시기 등을 집중 논의한다.

또 문 대통령의 개헌 관련 국회 연설에도 합의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부터 교섭단체 대표 중심으로 시작해 비교섭단체도 추가로 참여하는 협상을 벌인다”며 “필요할 경우 3개 정당에서 원내대표와 개헌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2+2+2’도 가동하겠다”고 설명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야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개헌 발의와 관련한 국회 연설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한 것은 시한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대통령 개헌안을 60일 이내인 5월24일까지 표결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국회가 5월4일까지 여야 개헌 합의안을 마련해 대통령안을 철회시켜야 한다.

청와대는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만들면 대통령안은 철회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회 의석수를 감안할 때 대통령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건 힘들다. 한국당(116석)이 동의해야만 재적 의원 293명의 3분의 2인 196명의 찬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대통령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막판 타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어떤 권력구조든 국회 권한이 현재보다 대폭 강화되는 개헌이어서 국회가 최대 수혜를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헌 논의가 좌초되면 국회 차원의 개헌 동력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도 여야 정치권의 고민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