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부결시 역점사항인 '연동형 비례대표' 수포 우려감
'국회 총리추천제' 절충안 제시하며 민주·한국당 동시 압박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굳히면서 개헌 논의의 공이 국회로 넘어올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속내는 한층 복잡한 모습이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지금까지 청와대의 '일방통행' 개헌안 발의를 비판하며 한국당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지만 지금은 개헌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국회 차원의 논의에 속도를 내자는 기류에 무게중심을 두는 양상이다.

이는 개헌안이 무산되면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양당의 최대 목표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측을 압박하면서 개헌안 합의 도출을 유도하는 쪽으로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평화당 지도부는 대통령 개헌안의 내용에 동조하면서 이를 토대로 국회가 논의를 마무리 지어 개헌안 통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경환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청와대 개헌 입장의 내용에 대해선 큰 틀에서 존중한다"며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해선 국민도 정치권도 충분하게 인식했다.

이제 국회가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배숙 대표가 지난주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정부·여당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같은 기류 변화에는 정부 개헌안이 부결되면 이와 연계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 4당인 평화당 입장에서는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괴리를 줄여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확대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평화당은 '야4당 개헌협의체' 구성을 주장하며 민주당과의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을 하루빨리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총리추천제'를 제안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당 헌정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국회 총리선출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소한 평화당이 제시한 총리추천제를 받아들여 타결하는 것이 옳다"며 "대통령도 총리추천제를 수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이원집정부제의 중간 형태로서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한 총리추천제를 권력구조 개편의 절충안으로 제안한 것이다.

천 의원은 "쟁점은 선거제도와 분권형 대통령제 두 가지뿐"이라며 "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평화당이 제안한 대로 청와대와 여야가 '끝장 협상'을 진행한다면 6월 국민투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전망했다.

정의당도 태세를 전환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개헌안의 내용이 애초 자당이 내놓은 개헌안과 '싱크로율 95%'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국회의 개헌 논의 테이블에 한국당을 끌어내 원내 5당이 함께 개헌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하는 순간부터 발의하지 말라는 얘기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이제 각 당이 가진 개헌안을 다 내놓고 합의를 시도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은 '관제 개헌 반대 야 4당 협의체'를 하자고 했다가 다시 비교섭단체를 빼고 여야 3당만 개헌 논의를 하자고 하는 등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5당 10인(원내대표+헌정특위 위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즉각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평화당과 마찬가지로 국회 총리추천제를 주장하고 있다.

총리추천제는 개헌 성사를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인 '민심그대로 정치개혁연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온 심상정 전 대표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모델이다.

당 헌정특위 위원장인 심 전 대표는 통화에서 "국회 개헌이 불발되면 한국당이 가장 큰 부담을 질 것이고 여당 책임론도 부각될 것"이라며 "그래서 앞으로는 정치 주체들이 서로를 구속하면서 개헌 논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 개헌이 합의되려면 정부 형태와 선거제도 개편을 일괄 타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국회 총리추천제가 타협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