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대법원장 인사권 무기로 법관 독립 침해"…대법원장 인사권 축소
"세월호 참사 등으로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 절실"…생명권·안전권 신설
"국회, 세월호 특별법 입법청원 외면"…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 명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더는 없어야"…국가의 문화 자율·다양성 증진 노력 천명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적폐청산 코드'… "촛불 따른 국민개헌"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는 '적폐청산 코드'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촛불 시민혁명'에 기반한 국민의 목소리를 개헌안에 상당 부분 담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을 통해 과거 정부의 잘못된 관행과 묵은 부조리를 걷어내겠다는 의지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대통령 개헌안을 브리핑하면서 "촛불 시민혁명으로 대한민국 주권자는 국민임을 다시 확인했다"며 "촛불 시민혁명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담을 국민개헌으로 국민에 화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분산한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 개헌안은 대법관추천위원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대법관의 임명을 제청하게 했다.

현재 대법원장이 행사하고 있는 헌법재판관과 선관위원 각 3명에 대한 선출권도 대법관회의로 이관했다.

조 수석은 "전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 동향을 파악하고 원세훈 국정원장 항소심 전후로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무기로 법관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헌안 제12조와 제37조에 신설된 생명권과 안전권 조항 역시 박근혜 정부의 '주홍글씨'인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응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조 수석은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사고, 심심찮게 들리는 묻지 마 살인 등은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며 "이에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는 한편 국가의 재해예방 의무 및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노력 의무'를 '보호 의무'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도 적폐청산 과정에서 국회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 수석은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에도 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아무런 책임을 안 진다"며 "세월호 참사 후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답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 시민혁명과 쏟아지는 국민청원을 보면 권력 감시자·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려는 국민 열망을 알 수 있다"며 "국민소환제·발안제가 직접민주제를 확대해 기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개헌안 총강에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고 전통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더는 없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관(官) 주도의 부패융성이 아닌 민(民) 주도의 문화융성의 시대를 만들겠다"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더는 없도록 하고, 부당한 배제와 배척을 없애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연령 18세 하향조정도 '촛불'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조 수석은 "청소년은 멀리 광주 학생운동부터 4·19혁명, 부마항쟁, 촛불 혁명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들의 정치적 역량과 참여의식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이 그들의 삶과 직결된 교육·노동 등의 영역에서 자신의 의사를 공적으로 표현하고 반영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헌법에서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조 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그리스·멕시코를 제외하면 영장 심사 주체를 헌법에 두는 나라는 없다"는 점을 삭제 이유로 밝혔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문 대통령의 검찰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 직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없도록 한 것도 지난 대선에서 황교안 전 권한대행의 보수진영 후보 '저울질'에 따른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