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노동자의 권리 강화가 주요 내용으로 담긴 데 대해 주요 경제단체나 대기업들은 20일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대체적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노동권 강조가 자칫 기업에 대한 규제나 부담 증가로 이어져 경영 위축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개헌안이 기업 경영의 자율성보다는 노동권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어 경영활동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헌법에 지나치게 자세한 노동 관련 보호 규정들을 두면 법률이나 시행령 등 하위법령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더 많은 규제를 넣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기업들의 고용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자율적 경영활동을 보장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헌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기업 경쟁력의 한 축인 노동자의 고용 안정,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행동권 강화를 명시하는 것은 경직된 노사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노동 유연성을 저해할 수 있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GM, 금호타이어, 현대자동차 노조 등 지금도 단체행동권을 내세운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경영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권리와 함께 기업인의 경영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상징적인 문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동·경제 분야의 개헌은 제헌 헌법 이래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아온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 존중'이라는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기본정신에 부합하면서 사유재산권·경영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고용노동 정책 관련 사항은 추상성·개방성을 기초로 국가의 근본규범으로 기능하는 헌법에 직접 규율하기보다 법률과 구체적인 정책 수립 단계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관계자도 "헌법 개정의 논거가 '1987년 개정된 헌법이 이후 30년간의 사회 변화를 담지 못한다'는 것인데 과연 지금 노동자의 인권이 30년 전 그대로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이미 충분히 노동 친화적인 정책으로 산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 유연성은 경직돼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며 "헌법에 굳이 이런 문구를 명문화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헌법 수정안에서 사람이 더욱 중심이 되는 추세로 가고 있다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면서도 "기업도 더 이상 노동자를 도구가 아닌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서 대하고 있는 것은 이미 변화된 환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측은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시민권, 기본권, 노동권을 보다 명확히 규정한 개헌안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뒷받침했던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노사 모두가 윈윈하고 상생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