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을 유지하되 북측 정서 고려해 세부안 마련할 듯
공연장으로 봉화예술극장·동평양대극장 등 5~6곳 물망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 평양 간다… 대중음악 위주로 구성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화해 무드 속에 10여년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우리 예술단의 방북 공연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공연은 다음 달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지만, 숱한 화제를 낳은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지난달 방남 공연에 대한 답방 행사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 같은 행사 성격을 고려해 공연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사항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오는 20일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열기로 하면서, 평양 공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예술단 음악감독으로 인기 가수였던 음악 프로듀서 윤상(50)이 내정됨에 따라 이번 공연은 대중음악 위주로 판이 짜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인 만큼 대중음악이 중심이 되더라고 너무 가볍지 않은 '열린음악회'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18일 "대략의 윤곽은 나온 것 같다"며 "대중음악 중심의 공연이 되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행사라는 성격에 맞게 격을 유지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북측의 정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세부안을 조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 평양 간다… 대중음악 위주로 구성
남측에서 인기가 있고 해외에 널리 알려진 스타라 해도 북측 대중들이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 등을 판단해서 출연진을 구성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공연에는 북측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중견 가수부터 젊은 가수까지 폭넓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아 공연의 수준을 높이고, 성악가나 국악인이 참여해 무대를 다채롭게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문화교류가 활발했던 과거 방북 공연 때도 이 같은 모습이 많이 연출됐다.

남한 예술단이나 예술인의 방북 공연은 분단 후 남북 문화예술 교류의 물꼬를 튼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과 함께 시작됐다.

이후 1990년 범민족통일음악회, 1998년 리틀엔젤스 공연과 윤이상통일음악회, 1999년 평화친선음악회와 민족통일음악회, 2001년과 2002년 김연자 단독공연, 2002년 남북교향악 연주회와 MBC 평양특별공연, 2003년 통일음악회, 2005년 조용필 단독 콘서트까지 평양에서만 10차례가 훨씬 넘는 공연이 열렸다.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 평양 간다… 대중음악 위주로 구성
공연 내용을 살펴보면 정통 클래식이나 국악 위주의 공연도 있었으나, 대중음악에 클래식을 곁들이거나 대중음악에 국한된 공연이 주를 이뤘다.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예술인도 김연자, 이미자, 윤도현, 조용필 등 주로 대중가수였다.

1985년 첫 방북 공연 때부터 김정구, 김희갑, 하춘화 등 당시의 인기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현대무용, 민속무용, 민요합창, 가곡, 코미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990년 범민족통일음악회는 국악 공연, 1998년 리틀엔젤스 공연과 윤이상통일음학회는 클래식과 국악 혼합 공연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 뒤로는 대중음악 공연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1999년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 태진아, 최진희, 설운도 등 중견 가수와 젝스키스, 핑클 등 아이돌그룹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2002년 KBS교향악단과 조선국립교향악단이 함께한 정통 클래식 무대가 한 차례 마련되기도 했으나, 나머지 공연들은 대중음악 위주로 꾸며졌다.

2002년 MBC 평양 특별공연에는 이미자, 최진희, 윤도현밴드, 테너 임웅균 등이 참여했으며,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에는 조영남, 이선희, 설운도, 신화, 베이비복스와 바리톤 김동규 등이 출연했다.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 평양 간다… 대중음악 위주로 구성
이번 공연도 과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달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서울 공연에 대한 답례 행사라는 점에서 그에 상응하는 무대 구성과 레퍼토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140여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80명의 오케스트라와 가수, 합창단원으로 구성돼 남북에 친숙한 대중가요들에 클래식 명곡을 더해 총 40여 곡을 부르고 연주했다.

지난달 금강산에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 앞서 열리려다 무산된 남북 합동문화행사에는 보아, 이적, 정인, 인디밴드 등 젊은 대중가수들과 피아니스트 손열음, 국악신동 유태평양 등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이번 공연 준비를 맡은 정부 실무팀은 소속사를 통해 이름 있는 대중가수, 밴드들의 일정을 사전에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휘자 정명훈과 KBS교향악단 등에도 공연 참여 의사를 타진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출연진을 포함한 최종 공연 계획은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실무팀은 실무접촉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둔 선택 가능한 계획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공연 시기를 4월 초로 잡고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장소, 예술단 구성, 공연 프로그램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 평양 간다… 대중음악 위주로 구성
공연 장소도 관심사다.

일단 과거 방북 공연이 열렸던 대여섯 곳의 평양 시내 공연시설들이 물망에 오른다.

방북 공연이 가장 잦았던 곳은 평양 서성구역 와산동에 위치한 봉화예술극장이다.

1998년 리틀엔젤스 공연을 비롯해 1999년 평화친선음악회와 민족통일음악회, 2002년 남북교향악 연주회 등이 여기서 열렸다.

최고급 자재와 설비로 건축된 봉화예술극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히 아꼈던 공연장으로 2천석 규모 대극장과 800석의 소극장이 있다.

2천200석의 평양대극장에선 1985년 첫 방북 공연이 열렸으며, 1천500석의 동평양대극장은 2002년 이미자, 윤도현밴드가 참여했던 MBC평양특별공연과 2008년 뉴욕필하모닉 공연이 개최됐다.

2003년 통일음악회와 2005년 조용필 단독 콘서트가 열린 류경정주영체육관은 1만2천명이 관람할 수 있다.

이밖에 1990년 범민족통일음악회가 열린 6천석 규모의 4·25문화회관, 1998년 윤이상통일음악회가 열린 700여석 규모 모란봉극장 등이 있다.

남북 실무회담을 거쳐 결정될 이번 방북 공연의 내용과 공연단의 규모에 맞춰 공연장도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이 이끄는 예술단 평양 간다… 대중음악 위주로 구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