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김정은, 만찬 테이블에서 평양 소주로 주종 통일
'구면' 김여정 "北 음식이 입에 맞으십니까" 묻기도
숙소 한 층 통째로 내줘…한국 TV채널·인터넷 모두 이용 가능
"냉면 최고라던데" 한마디 기억해 옥류관 데려간 북한 '세심 환대'
북한이 지난 5∼6일 방북한 대북 특별사절단을 맞으면서 기대했던 것 이상의 정성 어린 환대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8일 공개한 특사단의 방북 뒷이야기에 따르면 북측은 경호와 음식, 숙소, TV시청, 인터넷 이용에 이르기까지 특사단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서 받은 환대는 화려하고 극진하다기보다는 세심하고 정성 어린 환대였다"고 평가했다.

◇ '구면' 김여정의 배려…술은 평양 소주로
특사단은 방북일정 첫째 날인 5일 오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접견을 마치고 북측 인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10분 정도 접견장에서 휴식을 취한 뒤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그때 문을 열자마자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특사단을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은 특사단 5명 모두와 악수하고 따뜻하게 인사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만찬장 분위기를 더욱 편하게 만든 것은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었다.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했을 때 이미 식사를 함께해 구면이었던 만큼 김 제1부부장은 "북한 음식이 입에 맞습니까"라고 물으며 특사단을 챙겼다고 한다.

테이블 위에는 와인과 북한식 인삼주인 '수삼삼로' 외에 전통주도 많았지만, 처음에 와인 한 잔을 하고 나서는 주로 평양 소주로 '주종(酒種) 통일'을 이뤘다.

◇ '냉면 최고라던데' 방남 때 한마디 기억해 챙겨준 北
북한은 방남 때 들었던 남측 인사들의 이야기를 기억했다가 이를 오·만찬 메뉴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했을 때 우리 측 인사가 '평양은 냉면이 최고라던데 맛보고 싶다', '평양식 온반은 어떤 음식인가'라고 말했는데 첫날 만찬에 온반이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둘째 날 점심때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으로 특사단을 안내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원래 평양 인민들은 냉면을 두 그릇씩 먹는다"면서 특사단에 냉면을 더 권했다.

특사단 중 한 명은 녹두지짐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불렀는데도 결국 냉면을 한 그릇 더 먹었다고 한다.

옥류관 냉면은 꿩으로 육수를 낸 뒤 닭으로 다시 국물을 우려내 오래 끓인 육수로 만들어서 남측에서 파는 평양냉면과는 맛이 달랐다는 게 특사단의 전언이다.

◇ 北도 '열린 경호'…숙소 한 층 통째로 내주고 한국채널 나오는 TV 준비
청와대는 특사단이 '국빈급 경호'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경호 방식은 청와대의 '열린 경호'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예전에 평양에 가면 대부분이 일대일로 남측 인사들을 '마크'했지만 이번에는 특사단을 보호하면서도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유를 보장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 건물 중 특사단이 머무르는 한 층을 통째로 쓸 수 있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경호원들은 해당 층의 양쪽 출입구만 지킬 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특사단은 1층에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경내를 산책하는 데 간섭을 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

고방산 초대소에는 특사단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이 잘 준비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숙소에 있던 TV로는 KBS, MBC 등 남측 채널을 비롯해 CNN, CCTV 등 전 세계 방송도 시청할 수 있었다.

인터넷 환경도 잘 준비돼 있어서 특사단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을 자유롭게 이용해 국내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