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前차관보 "北, 비핵화보다 핵군축대화 하려는 것으로 보여"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은 비핵화라기보다 핵 군축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미국이 정말로 원하거나 필요로 한 대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7일 보도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의 핵 협상을 벌인 적이 있는 힐 전 차관보는 6일(현지시간)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에 나설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이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이 이 부분을 탐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목표가 되고 있는 것이 비핵화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이 추가 (핵 개발을) 하지 않는 데 동의하면서 주한미군 등과 관련해 뭔가 미국 측의 감축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핵무기는 정권 생존 목표가 아니라 미국과 한국을 갈라놓기 위해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북한으로부터 지금과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서 "북한은 과거 무기를 감축하겠다는 부분에 대해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북한이 이런 무기(핵무기)들을 제거하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데는 회의적"이라며 "만약 북한이 그렇다면 2005년 9·19 합의를 현재 동의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다는 데 대해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최근 발언들이 과거의 발언들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라며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9·19 합의에도 동의하는지 궁금하다.해당 합의는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북한이 이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대화 공세에 나선 것과 관련, "북한이 제재의 영향을 느껴서일 수도 있지만, 북한이 이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추정했다.

또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핵)무기 프로그램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추가 (핵·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아마 북한이 더는 실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북이 실제로 북핵 양자대화에 나설 것인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매우 힘들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대북특사단의 보고 내용은 흥미롭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이를 기초로 미국의 대북 정책을 결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