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방문…"대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학생민주화운동 발원지"
'지역·이념 초월하는 민주화운동의 가치 강조' 해석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28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2·28 민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휴가차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고, 11월 강진 피해를 입은 포항을 방문한 적은 있으나, TK(대구경북)의 핵심인 대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전날 검찰이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 등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구형한 직후 이뤄진 대구 방문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바로 '대구'였다.

9분 가량 기념사를 낭독하는 동안 문 대통령은 대구를 26번 언급했다.

이어 '민주'를 24번, '국민'을 16번 거론했다.

대구와 민주를 가장 많이 언급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문 대통령은 마치 보수의 아성처럼 여겨지는 대구가 실은 우리나라 최초로 학생민주화 운동이 발원한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 학생들의 외침이 숨죽여 있던 민주주의를 깨웠다"며 "2·28 민주운동은 마치 들불처럼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번져갔고 마침내 3·15 의거와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힘으로 독재를 무너뜨린 첫 번째 역사를 쓴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는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증명했다"며 "돌이켜보면 그 까마득한 시작이 2·28 민주운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시민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끌어낸 촛불혁명의 정신이 대구에서 발원한 2·28 민주운동의 정신과도 맥이 닿아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중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광주가 2·28 민주운동을 함께 기념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2·28 민주운동은 그간 대구 지역 시민사회 주도로 그 의미를 기념해 오다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그 배경에는 범시민위원회 중심으로 124만명이 국가기념일 지정 서명에 참가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큰 힘이 됐다.

특히,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는 지난 '2013년 달빛동맹 강화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한 이후 2014년부터 대구시장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광주시장은 대구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해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보수를 상징하는 도시인 대구와 진보를 상징하는 도시인 광주가 힘을 합쳐 2·28 민주운동의 국가기념일 제정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점을 높이 평가하고, 민주화 운동의 정신은 영·호남과 진보·보수라는 대립구도를 벗어나 모든 국민이 계승해야할 정신적 유산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을 '우리나라 민족항쟁의 본거지, '선비정신의 본거지',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 '낙동강 방어전선으로 대한민국을 지킨 보루', '산업화의 본거지'로 지칭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는 이렇듯 자긍심 높은 도시"라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의롭고도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온 대구시민의 자긍심이 더 높이 빛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구 시민의 자긍심을 북돋는 한편, 진보정권의 출범으로 상실감을 느낄 수 있는 보수층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한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한편, CBS의뢰로 리얼미터가 19∼23일 전국 성인 2천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TK 지역 정당 지지율은 자유한국당(34.2%)과 더불어민주당(31.4%)이 오차한계 내에서 1·2위를 다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