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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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하자 청와대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올림픽 폐회식에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하는 것과 맞물려 개회식 때에 이어서 북미 고위급 인사가 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올림픽 개·폐회식에 모두 참여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북한이 됐다"는 말과 함께 각 나라의 대표를 일일이 호명했다.

청와대로서는 올림픽 개회식을 계기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간 회동을 주선하다 불발된 상황에서 북미 대표단이 함께 폐회식에 참석하는 것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회식 때의 북미 고위급 회동이 성사 직전 틀어져 향후 북미대화 가능성이 작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양측 대표단이 동시에 참석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부장과 펜스 부통령 간 회동이 주선될 당시 북한이 미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회동 의사를 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양측이 이번에도 서로의 폐막식 참석 여부를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가 폐막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필요한 여건 중 하나로 해석되는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는 데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청와대는 개회식 때와는 달리 폐회식을 계기로 한 북미 간 별도의 회동을 주선하는 노력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기간과 이방카 선임고문의 방한 기간은 각각 25일∼27일, 23일∼26일로 이틀이 겹친다.

'청와대 차원에서 북미 접촉을 성사시키는 노력을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에는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에 만남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상호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지금 당장 뭘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간 고위급 회동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북한의 인권문제 등을 거론한 탓에 만남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무리하게 양측이 마주앉게 하는 것은 청와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평창을 찾는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함께하는 모습은 25일에 열릴 폐회식이 유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이방카 선임고문이 모두 문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가 예정돼 있어 차후에 북미 대화가 이뤄지도록 다시금 분위기를 다지는 노력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는 폐회식을 계기로 한 북미 접촉과는 별도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의 접견이 남북 대화 분위기를 한층 더 무르익게 할 것이라는 점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왕에 북한 대표단이 내려오는 만큼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화해 등을 위한 여러 논의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나'라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김 제1부부장을 특사 자격으로 보내 문 대통령 초청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폐회식에도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북미 대화 등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고 한 만큼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의 당위성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미국과의 회담 등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