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올림픽'이라는 제목의 사설 올려…폭스뉴스도 언론태도 비판한 기고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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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한 것을 두고 미국의 보수 성향 매체들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몇몇 언론이 김 제1부부장을 '북한의 이방카'로 표현하며 호의적으로 보도한 데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최대 승자는 북한"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WSJ는 11일(현지시간) '평양 올림픽'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화정책을 펴는 한국 정부와 남을 잘 믿는 서방언론 덕에 '감옥국가'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버금가는 이미지 변신 홍보 효과를 거뒀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을 '북한의 이방카'라고 묘사한 CNN 기사를 지목하면서 "북한의 이방카는 무엇을 입고 있느냐.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마니의 최고급 라인인) 아르마니 프리베? 기아식으로 어떻게 젊고 반짝이는 외모를 갖출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WSJ는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의 오빠가 바로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맹독성 VX 신경작용제를 이용해 이복형제를 살해하라고 지시하고, 암살을 기획한 북한 요원들을 돌려보낼 때까지 말레이시아 외교관들을 인질 삼은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WSJ "'감옥국가' 북한이 올림픽 승자… 한국정부·서방언론 덕"
NBC방송이 공식 올림픽 트위터 계정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응원한 북한 응원단의 영상을 올리고 '보기만 해도 만족스럽다"는 설명을 단 것에 대해서는 "이들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줄을 못 맞추면 가족이 강제노역소로 보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재권력에 대한 언론의 관용이 한미동맹에 외교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제1부부장을 한국을 방문한 공주처럼 대우하고, 김 제1부부장은 다시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으며 세계 언론은 이를 평화를 위한 진실된 돌파구가 마련된 것처럼 보도했다"고 우려했다.

WSJ는 문 대통령이 개막식에서 김 제1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같이 앉도록 하고, 다음날 청와대로 초청해 방북 초청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지적하면서 "이번 주 북한이 보인 가식의 책임 중 큰 부분은 문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초청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고, 대북제재를 중단시키고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비용을 부담한 문 대통령의 양보를 보장받으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WSJ "'감옥국가' 북한이 올림픽 승자… 한국정부·서방언론 덕"
WSJ는 문 대통령이 김 제1부부장과 건배할 때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들과 만났지만, 이는 북한 응원단보다도 언론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미국인들도 미 언론의 보도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작가 겸 해설자인 제러미 헌트는 이날 폭스뉴스의 오피니언 면에 글을 기고하고 "북한 김정은의 독재주의 정권은 여전히 국민을 살해하고, 고문하며, 굶주리게 만들지만 서구 언론은 동계올림픽에서 독재주의 정권의 존재에 넋을 잃었다"며 "언론의 북한 아첨은 불명예"라고 비판했다.

헌트는 '김정은의 여동생이 동계올림픽의 쇼를 훔쳤다', '북한의 이방카 트럼프가 올림픽에서 한국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등의 기사 제목을 나열하고 "북한의 국영 언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