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차수사 확대·검찰 직접수사 축소…경찰개혁위 방안과는 큰 차이
논의 진통 예상…박상기 "권고안 존중…국민 위한 수사권 조정에 노력"
법무검찰개혁위, 檢수사지휘 폐지권고… 종결·영장청구권은 유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해 경찰의 1차 수사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위원회는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 등 한층 비대해진 경찰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수사 종결권과 영장 청구권까지 경찰에게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우선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삭제해 경찰이 1차 수사 중인 개별 사건에 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를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는 상호 협력관계임을 명시하는 규정을 둬 두 기관 모두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상호 협력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는 점을 명백히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폐지해도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수사, 경찰의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변사 사건 수사, 경찰의 영장 신청 시 보완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이 경찰에 구체적인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련자가 경찰의 편파 수사, 과잉 수사, 지연 수사 등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우려가 있을 때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위원회는 권고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형사소송법에서 삭제하는 조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검찰의 실질적인 수사지휘 권한은 상당 부분 남는 셈이어서 현행 제도와 실질적인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위원회는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 종결권과 영장 청구권은 종전처럼 따로 보장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권한 남용이나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공정한 사건 처리가 이뤄지게 하려면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가 사건 종결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외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찰이 검사의 승인을 얻어 영장을 청구하고, 긴급체포 때도 검사의 승인을 얻는 현행 규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경찰은 수사 종결권과 영장 청구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는 작년 12월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보장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헌법서 지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수사권·기소 분리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다만 법무검찰개혁위는 경찰이 부당하게 영장이 반려됐다고 판단할 때는 외부 위원을 다수로 한 영장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2차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위원회는 검찰이 인권 옹호 기관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찰을 거치지 않는 직접수사를 축소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직접수사는 부패, 경제·금융, 공직자, 선거 범죄 등에 한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대상 사건이 광범위하게 규정돼 실질적인 직접수사 축소 여부는 검찰의 선택에 달렸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위원회의 권고안을 존중해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4자가 참여해 본격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이 지금껏 자체적으로 마련 중인 안만 놓고 본다면 수사 종결권. 영장 청구권 문제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극명해 논의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