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14개국 정상급 인사와 오·만찬 또는 회담 개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 주목…과거사 문제 논의 예상
북한 대표단 면면에 관심…최룡해-이낙연 '2인자 회동' 성사 주목
문 대통령, '스포츠외교무대' 평창서 다자 정상외교 펼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급 다자외교의 무대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찾을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과 숨 가쁜 정상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기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정상급 외빈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21개국 26명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개막식에 앞서 정상급 외빈을 위한 리셉션을 주최하고, 평창올림픽 기간 14개국 정상급 인사와 오·만찬 또는 회담을 할 예정이다.

외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아베 일본 총리다.

아베 총리의 방한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언론은 이미 다음 달 9일 평창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양국이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평창올림픽 기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이는 지난해 7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이후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 된다.

지난 두 번의 만남은 상견례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으나, 세 번째 정상회담은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연말 우리 외교부가 전 정부에서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사실상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양국 정상이 만나는 첫 번째 회동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미 일본의 보수 언론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문제 등 양국 간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대북 제재 강화 등을 거론하며 우리 측을 압박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정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말할 것이고,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두고 각자의 입장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향후 한일관계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사드식 해법'으로 위안부 합의를 바라보는 양국의 입장을 상호 존중하는 선에서 '봉인'하는 정도만 돼도 한일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게 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양측이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다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경색된 한일관계가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반도 주변 미·중·일·러 4강국 중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는 국가수반은 아베 총리뿐이지만, 문 대통령은 다른 4강국 대표와도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표단은 펜스 부통령이 이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물이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간 대화를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대표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평창올림픽 기간에 내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이 미국 대표단에 동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은 한 상무위원이 특별대사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한다.

당 서열 7위인 한 위원이 중국 측 대표를 맡은 것을 두고 국내에서 중국이 평창올림픽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청와대는 일축했다.

개막식에는 한 위원이 대표로 참석하나, 폐막식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지난 11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요청하자,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폐막식에서 올림픽 행사의 성공적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

4강국 중 러시아는 정부 차원의 도핑 조작 혐의로 국가대표팀 명의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금지돼 대표단 파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 참석을 요청한 바 있다.

4강국 대표 외에도 북한에서 내려올 고위급 대표단을 누가 이끌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남북은 지난 9일 채택한 공동보도문을 통해 북한에서 평창올림픽에 선수단과 예술단, 응원단을 비롯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데 합의했다.

선수단과 예술단 응원단 파견과 관련해서는 남북 간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으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면면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현재 북측 대표단장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다.

그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황병서 당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시 당 통일전선부장 등과 함께 깜짝 방남한 적이 있다.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가 모이는 평창올림픽에 김영남을 파견해 전 세계에 '정상국가'임을 과시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북한의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현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대표단의 명단을 통보해오면 우리 측에서도 이들과 회동할 인사의 '급'을 두고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2인자인 최 부위원장이 방남할 경우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2인자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4년 최 부위원장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을 때 우리 측에서는 정홍원 전 총리가 면담한 바 있다.

또 평창올림픽 기간 북측 대표와 미국 펜스 부통령 간의 '북미 대화'가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북한이 모두 고위급 대표를 파견하면서 북미 대화의 시간적·공간적 조건은 자연스럽게 갖춰진 상황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올림픽 기간에 미국과 북한 대표단 사이에는 어떤 만남도 계획돼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큰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양측이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북미 간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