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난다'던 분식집 종업원, 설명 듣고 웃으며 "잘 들었어요"
"최저임금 인상, 내년 하반기에 분명히 효과 나온다"
장하성 정책실장, '문전박대'에도 최저임금 대책 '끈질긴 홍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러 현장 방문을 나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문전박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 대책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장 실장은 18일 오전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가게들에 들러서 점포 운영자 등을 만나 이들의 고충을 듣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비롯해 정부가 운영 중인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보호 대책을 설명했다.

처음 들른 곳은 업주는 잠시 자리를 비운 채 종업원 2명이 근무 중인 테이블 10개짜리 분식집이었다.

장 실장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간단하게 말씀하세요"라는 종업원의 차가운 대답이었다.

이 종업원은 "요즘에 장사 안돼서 짜증 나 죽겠다"며 "종업원도 장사가 잘 돼야 마음이 편하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장 실장이 최저임금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사람들이 임금 올라간다고 좋아는 하겠지만 장사가 잘 돼야 임금을 올려줘도 마음이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장 실장은 이때부터 차근차근 정부의 대책을 하나씩 설명했다.

장 실장은 "정부가 장사하시는 분들 임금을 지원해 준다"면서 "사장님이 임금을 올리면 1인당 13만 원을 정부가 주고 어려운 상황을 돕겠다고 왔다"고 밝혔다.

종업원이 '신청한다고 다 주는 게 아니라 뭔가 따르는 게 있겠죠'라고 하자 장 실장은 "아니에요. 신청하면 주는 거예요"라며 "그걸 안내해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장 실장의 진정성을 읽은 듯 종업원은 신용카드 결제 후 남은 전표를 보여주면서 카드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장 실장은 이날 정부와 여당이 밝힌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 이행상황 점검 및 보완대책' 속 카드수수료 인하 대책을 소개했다.

기존에는 밴(VAN) 수수료 부과방식이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1건당 95원을 부과하는 정액제였으나 7월부터는 결제금액의 0.2%를 내는 정률제로 바뀐다.

그새 종업원은 볼펜을 가져와 장 실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이를 받아적었다.

장 실장이 일자리 안정자금 대책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긴 홍보물 1부 건네자 종업원은 "보여드릴 사람이 있다"며 1부를 더 달라고 하기도 했다.

장 실장이 설명을 마치고 나가려 하자 종업원은 그제야 웃으면서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분식집을 떠난 장 실장은 인근 정육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 실장이 만난 정육점 주인은 이미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려다 1월 집행한 급여대장이 없어서 신청을 못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장 실장과 동행한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2018년도 10일 치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신청이 가능하게 해놨는데 1월에 임금을 집행한 급여대장이 없으면 (별도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대통령이 앞으로 일어날 매출을 갖고 (영세자영업자에게 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했다"며 다양한 지원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챗살과 채끝살을 사서 정육점을 나온 장 실장은 근처의 조그만 마트에 들러서도 떠먹는 요구르트를 산 다음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서를 주면서 '입소문'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장 실장은 인근 카페에서 기다리던 상인들과 간담회도 했다.

장 실장은 이 자리에서 "고소득층은 돈을 더 벌어도 추가로 돈을 쓰는 비율이 낮지만 저소득층은 추가소득이 생기면 소비 성향이 훨씬 높다"면서 "저소득층 소득이 늘지 않으면 전체 경제도 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을 늘리면 저축도 하겠지만 소비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내년 하반기쯤 그 효과가 분명히 나온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