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한경DB
이명박 전 대통령 /한경DB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여러 의혹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여 나가는 가운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옛 핵심 측근 인사들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측근들의 이같은 '각자도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과 관련해서는 원 전 원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이 줄줄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검찰 수사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요구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전용해 조성한 2억원을 보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보위 차원의 각종 불법 정치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계속 수사를 받는 원 전 원장은 자신의 불법 정치 관여 혐의를 여전히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청와대 불법 자금 상납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 전 원장은 2013년 기소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주축이 된 '댓글 사건'으로 작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상태에서 3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어 검찰은 작년 12월 40여개의 여론 조작용 '사이버 외곽팀' 운영에 국정원 예산 65억원을 들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로 그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공영방송 장악, 보수단체 불법 지원, 여·여·야 정치인 비방 공작 등 원 전 원장의 무차별적인 정치공작 혐의를 계속 수사하면서 혐의가 확정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국정원 해외 공작금 200만달러 사적 유용 의혹, 도곡동 호화 안가 조성 의혹 등 개인 비위 의혹 수사도 동시에 벌여 나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융단폭격식' 수사가 원 전 원장을 압박하면서 추가 뇌물 공여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원 전 원장이 향후 예상 형량 등을 고려해 나름의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의 인연으로 국정원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기조실장에 파격적으로 발탁됐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은 김주성씨는 2008년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국정원의 특활비 전달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적이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이 사후적으로라도 자금 지원의 불법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진술이어서 검찰 수사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으로 뻗어 나가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1997년 당시 신한국당 국회의원이던 이 전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합류한 뒤 20년 넘게 이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킨 김 전 부속실장도 검찰에 소환돼 국정원에서 자금을 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의 해외 순방비 등으로 1억원가량을 받았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김성우 전 다스 사장도 최근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 설립 당시부터 이 전 대통령이 경주 공장 부지 물색과 설비 구매, 자금 조달에서 임원 선임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의사 결정을 했다고 진술해 검찰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 역시 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