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판사·고위법관 등…'문건 성격·조사 방식' 두고 논란 여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마무리 수순… 문건·판사 조사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이르면 이번 주 추가조사를 마치고 조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추가조사위는 그동안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개봉해 상당수 문건을 대상으로 의혹 관련성을 검토했으며 문서 작성자인 전·현직 심의관(판사)을 불러 작성 경위와 지시·보고 여부 등을 파악했다.

조사위는 지난달 26일 컴퓨터를 개봉하면서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의혹과 관련된 문건을 선별해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심스러운 문건을 발견해 당사자에 대한 조사도 병행했다.

지난해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 내용의 학술회의 연기를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에게 요청하는 등 물의를 빚었던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도 포함됐다.

조사위는 당시 행정처 실무책임자였던 임종헌 전 차장의 컴퓨터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임 전 차장도 조사할 방침이다.

컴퓨터 사용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추가조사는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사위가 행정처 전 심의관의 컴퓨터에서 일부 의혹 문건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문건 성격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조사위 안팎에서는 이들 문건이 블랙리스트에 해당한다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모두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 중에는 행정처가 2016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출과 관련해 작성한 동향 파악 자료가 포함됐으며, 여기에는 판사회의 의장 선출이 유력하던 법관의 성향과 활동을 분석하고 대항마를 내세운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를 만든 판사는 행정처 간부의 지시로 문건을 만들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행정처 문건에서 거론된 판사는 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그해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에 선출됐다.

법원 일각에서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사무를 보좌하고 재판 제도 운용과 일선 법원의 재판 업무 지원, 인사 제도와 정책 수립, 예산·회계 등을 맡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자율기구인 판사회의 동향을 파악한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블랙리스트 개념 자체가 모호하며, 인사상 불이익과 같은 객관적으로 부당·불이익한 처분이 이뤄진 사실이 뒷받침돼야 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동향 파악이나 대책 마련은 그런 처분과는 본질상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앞서 추가조사위가 판사들의 동의 없이 컴퓨터를 개봉한 것과 관련해서도 위법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고발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