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력 완성' 선언 따라 종래보다 더 큰 의미…기술적 불안정성 보강 시급
쿠바미사일 위기 이후 미·소간 첫 '핵 핫라인' 개설…세계로 확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고리로 남북회담 재개와 더불어 남북 통신선이 복구된 것은 단순히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이 끊겼던 지난 2016년 2월 이전으로 '정상화'하는 이상의 중대한 의미를 지녔다.
"남북 핫라인 복구는 세계를 위해 좋은 소식…핵외교에 불가결"
북한이 지난해 각종 미사일과 핵폭발 시험들을 급박하게 밀어붙인 끝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르고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장거리 핵미사일 위협을 당하는 상황을 막는다는 이유로 '예방타격'을 포함해 군사행동 가능성을 띄우면서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기가 현실감을 띠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내 고조됐던 위기가 현재 소강 국면을 맞고 있으나, 누구도 원치 않는 전쟁이지만 오산, 오해, 충동으로 인한 우발 위험성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정세가 23개월 만에 다시 열린 남북 통신선의 의미를 '핵 핫라인' 급으로 높여 놓았다.

제러미 수리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캠퍼스 역사학과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남북 통신선 재개에 대해 "세계를 위해 좋은 소식"이라며 "핵 핫라인은 어쨌든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비롯된 핵 세계대전 위기의 교훈으로부터 최초의 핵 핫라인이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만들어진 후 위기일발 상황에서 위기관리와 해소, 확전 방지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오늘날엔 세계 주요국들 사이로 확산해 군사뿐 아니라 경제, 보건, 기후 위기의 관리에까지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62년 10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의 벼랑 끝에 서 있던 2주간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제1서기는 상황 통제력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간신히 위기를 넘긴 두 사람은 직접 서한을 교환하기 시작했고 1963년 3월 미국이 소련에 "직접적이고 더욱 확실한 통신을 확립"할 것을 제안해 6월 "직접적인 통신선"을 가설하고 "이 통신선 가동을 지속해서 유지하면서 이를 통해 수신된 일방의 정부 수반의 어떠한 통신 내용도 상대방의 정부 수반에 즉각 전달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해 7월 13일부터 양국 간 핫라인이 가동됐다.

유럽과 대서양 해저에 깔린 전용선으로 연결된 미 국방부와 소련 공산당본부의 전신타자기 앞엔 수신자가 24시간 상주하면서 수신된 전문을 즉각 백악관과 크렘린 궁에 전달했다.

양 정상 간 직접 교신이 아니고 전신문의 간접 전달 방식이긴 했지만, 수일 또는 수 시간 걸리던 것이 수분으로 줄었고, 중간 전달 과정에서 왜곡 가능성도 줄었다.

백악관은 1967년엔 국방부 수신기에 연결된 단말기를 아예 백악관에 설치했고 이후 40여 년에 걸쳐 통신 기술 발전에 맞춰 인공위성 통신, 팩시밀리 등으로 발전하다 2008년엔 두 나라 정상들이 이메일을 직접 주고받게 됐다.

이런 핫라인을 통해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때 미국은 소련에 미국의 정치안정을 안심시켰고, 1967년 아랍 연합군과 이스라엘군 간 6일 전쟁 때는 서로 직접 개입이 없을 것을 확인하고 평화 추구를 다짐했다.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1973년 역시 아랍과 이스라엘간 욤 키푸르 전쟁 등에서도 확전을 막았다.

미국과 소련 정상은 1990년대부터 전신문 핫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직접 전화통화를 하는 핫라인을 더 많이 활용했다.

수리 교수는 "이제 미국 대통령은 특히 위기 시에 동맹국과 적대국 정상들과 빈번하게 전화통화를 하고 있으며, 10년 전부터는 지중선 전화에 더해 이동통신 전화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핫라인의 다종다각화를 지적했다.

그는 "핫라인을 통한 교신이 의미가 있으려면 서로 상대 말의 진지함을 믿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핫라인의 존재 자체가 이를 사용하는 지도자들 사이의 신뢰를 깊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미·소간 핫라인 선례를 따라 프랑스와 영국도 1960년대 후반 소련과 핫라인을 구축했다.

중국은 1998년 러시아 및 미국과 핫라인을 개통한 데 이어 2008년부터 한국, 인도, 베트남 등과 각종 핫라인을 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달 문 대통령의 방중 때 정상 간 핫라인 가동 합의에 따라 지난 11일 처음으로 핫라인을 통해 통화했다.

서로 전쟁을 벌인 관계인 두 핵무장국 인도와 파키스탄은 미국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 2004년 이래 '핵 문제 관련 오해를 방지하고 위험을 감축하기 위해' 양국 외교장관 간 핫라인을 가동하면서 위기 때마다 전쟁 의사가 없음을 확약하는 방식으로 위기 해소에 활용하고 있다.

수리 교수는 남북한 핫라인이 1971년 남북적십자 회담을 위해 가동되기 시작한 이래 심각한 갈등 국면에서도 양측 정부 당국 간, 군사 당국 간 대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북한이 남한과 전화 통신선을 복구한 것이 평화를 보장해주지도 재앙을 막아주지도 않겠지만,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전략적 핫라인들은 제한된 통신과 커다란 핵 무력을 가진 적대국 간 갈등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핫라인은 오늘날 세계에서 핵 외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지난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북측이 자신들은 서해 군 통신선을 "우리 최고 수령의 결심에 따라" 지난 3일 복원했는데 남측이 왜 9일 복원됐다고 하느냐고 따짐으로써 날짜 차이를 두고 지나치게 시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이 끊었던 핫라인의 재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해 군 통신선은 그러나 겨우 전화선 하나만 사용할 수 있고 이마저 "기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핫라인의 제 기능을 위한 여러 보완보강 조치가 시급함을 말해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