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남북관계 첫발 잘 뗐다… 해결 과제 많아"
남북이 9일 개최한 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공동보도문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남북이 관계 개선의 첫발을 잘 뗐다고 입을 모았다.

남북협상 전문가인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남북관계 악화의 시간이 길어 다양한 과제를 안고 시작을 했지만, 첫발을 무난하게 잘 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합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접촉이 평창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지게 됐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충분한 탐색적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정부가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비교적 균형 있게 접근했다며 정부의 첫째 목표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인 것만큼 이번 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적 환경 조선을 위한 군사회담의 시급성에 대해 남북이 모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 당국 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를 합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연철 교수는 공동보도문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이 빠진 것은 남북 간에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지속해서 여종업원 송환을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남북이) 합의를 못 한 것 같다.

이 부분은 앞으로 논의해야 하는 과제로 남겨졌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타결됐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산상봉을 대가로 원하는 보상이 컸거나 북한이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던 여종업원 송환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양무진 교수는 이번 남북 공동보도문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이러한 점이 앞으로 남북관계 복원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공동보도문에 포함된 '우리 민족이 해결해나가자'는 문구가 북핵 문제와는 별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통일부가 이 부분을 잘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철 교수는 남북이 대화국면의 입구에 들어서긴 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의 환경과 기회를 잡기 위해 앞으로 충분한 탐색적 대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지금은 북한의 핵 능력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훨씬 더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 지금 당장은 입장 차이가 크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