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상위 국토계획인 '국토종합계획'이 그간 개발과 성장 위주 계획에서 탈피해 안전을 확보하고 지방도시 인구 이탈에 대응할 도시 다이어트를 추진하는 등 패러다임 전환을 꾀한다.

경주, 포항 지진과 잇따른 안전사고 등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지방 도시에 대해 더이상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1~2040년)을 수립하기 위해 올해 3월 10억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2016년부터 4차 계획을 반성하고 5차 계획의 방향성을 검토하는 기초 연구를 해 왔으며, 올해 본 연구용역을 통해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5차 계획을 완성할 방침이다.

국토종합계획은 국토 전역을 대상으로 국토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으로, 도·시·군 종합계획 등 지방자치단체 국토계획은 물론 수도권정비계획, 수자원계획 등 각종 부문별 계획의 토대가 된다.

정부는 제1차(1972~1981년)부터 제3차(1992~1999년)까지 10년, 제4차(2000~2020년)부터는 20년 단위로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여건 변화시 5년마다 수정했다.

5차부터는 계획의 큰 틀이 바뀔 전망이다.

그동안 국토종합계획은 주택, 교통, 도로, 항공 등 분야별 주제를 나열하면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면, 5차부터는 주요 쟁점별로 국토정책 과제를 정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와 함께 국토종합계획을 마련 중인 국토연구원은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제5차 계획의 주제어를 중요도 순으로 균형발전, 통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안전, 지속가능 등 5개로 정리했다.

이 중 '안전'은 그동안 국토종합계획에서 주제어로 쓰인 적이 없다.

권영섭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작년 포항에서도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 등 자연재해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라며 "통일이나 균형발전 등은 이미 3차 계획부터 거론돼 온 주제이지만 안전은 5차 계획에서 새롭게 부상할 주제"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국토종합계획과 비슷한 '국토형성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2008년 1차 계획을 세웠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나서 2015년 안전의 가치를 강조한 2차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5차 국토종합계획에서는 저성장과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 중소도시 쇠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 다이어트 방안도 국토 균형발전 주제 아래에서 집중 거론될 예정이다.

이는 그동안 개발 사업과 인구 유입 등 양적 성장을 우선시해온 지방 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읽힌다.

낙관론만 가득한 지방 발전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을 인구가 모일 수 있는 거점 위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작년 저성장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20곳의 지방 중소도시가 인구는 줄어드는데 빈집과 기반시설은 남아도는 '축소도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제는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인구가 줄어드는 이른바 축소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장보다는 압축적인 도시재생으로 기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거점으로 인구가 정착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은 제5차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하위 계획 수립에 차질 없도록 내년 중순까지는 계획 수립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