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UAE와 군사협력 축소·조정이 본질"
"국가간 조약 갖고 보복해선 안돼"…'출구전략' 모색 해석도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에서 비롯된 논란과 관련해 공세를 계속하면서도 '출구'를 모색하는 듯한 기류도 함께 보이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맺은 협정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UAE 양국관계가 틀어졌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임 실장이 급히 UAE를 찾았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한국당은 이를 'UAE 원전게이트'로 명명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국회 운영위원회와 국방위원회 등을 소집해 UAE 방문 논란을 쟁점화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UAE에 직접 진상조사단을 파견하는 카드도 꺼내 든 상태다.

'망나니 같은 외교', '아마추어 정권', '중동과의 관계를 망치는 폐족 국가' 등의 거친 언사도 쏟아냈다.

한국당은 공식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3일에도 UAE 방문 논란의 불씨를 이어갔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당 인터넷 방송인 '민경욱의 파워토크'에 출연해 "UAE 원전게이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잡으려다 발생한 국가 간 분쟁"이라며 "국정조사는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UAE 방문 논란 대여(對與)공세의 '주포'를 자처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어설프게 UAE 원전 수주 관련 사항을 뒷조사하고 건드리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원전을 수주하면서 우리의 역량을 동원해 (UAE에) 도움을 줘야 하고, 그중 하나가 군사협력"이라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를 축소하거나 조정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UAE 방문 논란을 놓고 청와대와 이미 극한 대치로 치달은 만큼 진상 규명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현시점에서 뒷걸음질 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 일각에서는 공세 수위를 마냥 끌어올리는 데 대한 부담감도 감지된다.

당장 홍 대표는 "국가 간 외교 문제를 국내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고, 한 핵심 당직자는 "여든 야든 UAE와 관련한 얘기를 못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폭로전'을 강화할 경우 한·UAE 관계가 자칫 파국을 맞을 수 있고, 반대로 공세를 접었을 경우 지지층으로부터 '빈손 회군'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처한 모습이다.

청와대와 UAE가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UAE가 불만을 표출한 대상이 전 정부(박근혜 정부)인지 현 정부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항의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한계도 제1 야당의 딜레마에 한 몫 한다.

또한 원전 수주 과정에서의 '이면 합의설'은 한국당 입장에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만약 논란 끝에 이면 합의나 이면 합의로 간주할 수 있는 내용이 공개될 경우 한국당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법조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이면계약이 있는지, 거액의 리베이트 은닉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다른 당직자는 "외교·안보 사안만큼은 전 정부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되며, 국가의 연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익의 관점에서 국가 간 조약을 갖고 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한국당이 UAE 방문 논란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신년 인사차 마련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의 면담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