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의존 정책과 결별" 등 원론적 주장 보도는 지속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 매체서 대남비난 '뚝' 끊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남쪽을 향해 화해 메시지를 던진 이후 북한 매체에서 대남비난이 일단 사라진 모습이다.

지난 1일부터 3일 현재까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비롯한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에 대한 분석 결과 정부를 직접 비난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남쪽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은 하나도 싣지 않고 주일미군과 일본의 대미추종을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다.

북한 매체들이 지난해 매일같이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눈길을 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도 '사대와 굴종으로 차례질 것은 치욕과 재난'이란 제목의 논설에서 "남조선 당국이 미국에 적극 추종하면서 반공화국 제재와 핵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한 것도 온 겨레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라며 "괴뢰들은 사대와 외세 의존의 악습에 빠져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같은 날 다른 기사에서는 우리 정부가 유엔의 새 대북제재 결의를 환영한 데 대해 '망둥이를 본뜨는 꼴뚜기', '우매하고 암둔하기 짝이 없는 천치' 등의 험담을 쏟아냈다.

남쪽을 향한 비난이 주를 이뤘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에서도 새해 들어 대남 비난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북한 매체들이 이처럼 새해 들어 대남비난을 애써 자제하는 가운데서도 문재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원론적인 내용의 글은 간간이 눈에 띈다.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은 2일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라는 글에서 "만일 남조선 당국이 새해에도 민족 자주가 아니라 외세 의존, 외세 구걸 놀음에 매달린다면 북남관계 개선은 고사하고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없다"라며 "이제라도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 매체에서 대남비난이 거의 실종됐다"라며 "최고지도자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으니 북한 매체의 분위기도 바뀐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관계의 전환을 모색하는 시기에 대남비난을 자제하다가 자신들의 구상이 어그러지면 다시 비난을 재개해온 만큼 이러한 태도가 지속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