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한일관계 사이에서 정부 고민 깊어질 듯
'위안부합의 피해자소통 부족' 결론… 정부 입장정리 주목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발표할 한일위안부 합의 검토 TF(태스크포스)의 보고서에 대해 26일 "(한일간) 합의가 나오기까지 피해자와의 소통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하는 결론"이라고 밝힘에 따라 보고서는 '피해자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의 대(對) 언론 발표 형태로 나온 위안부 합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본 외무상은 일본의 현직 정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대신 표명했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심적 상처 치유 사업을 하는 재단을 설립해 일본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양국 외교장관은 나란히 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선언했다.

법적 책임 인정에 입각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온 위안부 피해자 중 상당수는 합의 공개 후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음을 주장했고, 합의 당시 박근혜 정부는 피해자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결국 "피해자와의 소통이 상당히 부족했다"는 강 장관의 발언에 비춰 TF보고서는 위안부합의에 담긴 일본의 조치에 대해 피해자 및 지원 단체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를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여성 인권이 유린된 위안부 문제에서 가장 존중되어야 할 피해자들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두 나라 정부의 판단에 따라 '정치적 합의'를 한 구체적인 정황과 배경이 보고서에 들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의 '결론'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정부는 보고서 발표 후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을 정함에 있어 '인권'과 '한일관계'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 추를 둘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될 전망이다.

보고서 내용 자체는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 추진 쪽 목소리에 힘을 실을 공산이 커 보인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재협상 추진을 공약했고, 강 장관은 취임 전부터 사안의 본질이 인권 침해임을 강조하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줄곧 강조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재협상 절대 불가'를 외치면서 합의의 유지 여부를 문재인 정부 대일 기조의 바로미터로 여기고 있는 상황은 정부에 고민을 안긴다.

즉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하려 해도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 향후 북핵 등 문제에서 협력하기 위해 한일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 등을 두루 검토해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강경화 장관은 일단 "정부가 외교정책으로 취해야 될 방향에 대해서는 TF의 결과만으로서는 성립이 안 된다"며 "앞으로 국민 70%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합의, 특히 피해자 단체들이 흡족해하지 못하는 이 합의를 정부가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이분들과 소통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 이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만 되뇐 일본 정부의 태도에 비춰볼 때 합의에 반대했던 피해자들의 생각이 쉽게 변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정부는 결국 인권과 한일관계의 양 갈래 길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전망이다.

외교가는 정부가 어느 쪽으로 선택하더라도 국내적 또는 외교적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감한 외교협상 내용이 어느 정도 공개되느냐도 일본의 반발 수위 및 향후 한일관계의 향배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2014년 일본 아베 내각은 위안부 제도에 일본군과 관헌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1993년)를 검증하면서 한일간의 외교협의 경과를 상세히 공개해 한국의 큰 반발을 샀다.

일본 측은 당시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 후 담화를 계승했지만, 외교협상 과정을 소상히 공개함으로써 고노담화가 한일 간 물밑에서 이뤄진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자국민에게 심어 담화에 흠집을 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