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방선거 출마 않겠다"… '문재인의 길' 따라가나
안희정 충남지사(사진)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18일 공식 선언했다. 중앙 정치 무대로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재선 광역단체장 가운데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은 안 지사가 처음이다.

안 지사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6월까지 8년간의 도정을 마무리하고 3선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출마를 통한 여의도 입성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안 지사는 “현재로서는 보궐선거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 6월30일까지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차기 도지사에 대한) 인수인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그동안 여권 안팎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퇴로 비어 있는 서울 노원병,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인 서울 송파을 재·보궐선거 지역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날 안 지사의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는 6월 재·보궐 선거보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로 직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6월 이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남은 임기를 성실히 잘 마무리하겠다는 말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재·보궐 선거 출마와 관련해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당의 특별한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는 게 부적절하고 아직까지는 여권의 재·보궐선거 판세가 안 지사를 긴급 투입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중앙당이 안 지사를 ‘구원투수’로 필요로 하거나 출마를 요청하는 등의 상황 변화가 오면 재고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지사 측은 당권 도전으로 직행했을 때의 전략적 변수들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4선의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 도전을 위해 바닥을 다지고 있어 86그룹 간 치열한 당권 투쟁이 불가피하다. 당권 도전 시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 중 재·보궐선거를 통한 국회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도 고민이다. 전대에서 이겨 당대표가 되면 재·보궐선거 출마가 불가능해지고, 만에 하나 전대에서 패배하면 상당한 정치적 상처가 불가피하다. 자칫 국회의원 경험을 한 번도 쌓지 못한 채 다음 대선을 맞을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은 모두 국회의원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산 사상구 출마로 ‘배지’를 단 경험이 정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할 정도로 국회는 대선 후보가 ‘내공’을 쌓는 필수코스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불출마 이후 안 지사 앞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 행보가 달라질 것”이라며 “궁극적 목표가 대선이라면 여유를 갖고 내공을 쌓을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지사의 불출마 공식 선언으로 충남지사 선거전은 조기에 가열될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복기왕 아산시장 등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4선의 양승조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명수 정진석 홍문표 의원 등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