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내 집행 방침 세웠지만 '화성-15' 발사로 변수 발생
대북 인도지원 어쩌나… 北도발에 연내 집행 '불투명'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지원 사업의 집행 시기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21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제공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를 각각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당시 정부는 집행 시기에 대해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행 시기를 저울질하던 정부는 북한이 70일이 넘게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자 '연내 집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이번 주 초 미국과 일본 등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북한이 그 직후인 지난달 29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을 쏘아 올리면서 계획대로 연내에 인도지원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지만,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천명한 상황에서 악화한 국내외 대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에서는 미온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기류도 감지된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답변을 돌리며 즉답을 피하는 동시에 대북 압박의 필요성은 강조했다.

물론 한국 정부의 계획이니 한국 정부가 답할 사항이라는 취지로 볼 수 있지만, 미국이 우리의 대북 인도지원을 반기지 않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반응은 더 노골적이다.

극우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일 "미일 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국제사회에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실시는 한미일의 협력에 물을 끼얹을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칫 이 문제로 한미일 간 불협화음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향과 북한의 태도 등을 주시하며 인도지원 집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방침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구체적인 공여 시점에 대해서는 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