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LA급 1척 우선 도입해 핵잠수함 운용 노하우 습득 필요"
핵잠수함 '구매-건조' 병행 추진하나… 1∼3척 구매가능성 제기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핵 추진 잠수함 확보 방안과 관련해 미국에서 1∼3척을 구매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독자 건조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최소 5∼7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북한의 수중위협에 대한 전력 공백을 메우고, 핵잠수함 운용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척, 최대 3척가량은 우선 구매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 3∼4개를 탑재하는 신형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첩보가 꾸준한 상황에서 수중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인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퇴역 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의 LA급(수중배수량 6천900t급) 잠수함을 3척 정도 구매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잠수함 창정비 주기를 고려해 1척이 수리에 들어가더라도 2척은 운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미 해군은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의 주력을 LA급에서 버지니아급(7천900t)으로 교체 중이다.

LA급은 건조 당시 척당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됐으나 퇴역 절차를 밟는 상황이어서 비용은 이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특히 LA급에 탑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150kt 위력의 W80 전술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1척이라도 도입하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8일 "미국에서 최소 1척의 LA급 잠수함을 구매해서 우리 군의 핵잠수함 운용 노하우를 배우는 동시에 핵잠수함 국내 건조에 들어가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면서 "구매와 건조를 동시에 추진하면 예산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지만, 전략적 가치 면에서 그 비용의 10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최첨단 전략자산 획득·개발과 관련해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부분도 있고, 최첨단 정찰자산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과 정찰 위성이 획득과 개발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가'라는 물음에는 "둘 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즉 구매나 개발 모두 가능하다는 식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직구매했을 때 국내 방산업계와 원전 산업계에 비칠 영향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현재 연구 용역 단계인 핵잠수함 작전요구성능(ROC)과 관련해 배수량 4천t급으로 6척가량 건조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합참에서 핵잠수함의 ROC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부 잠수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중지형상 4천t급, 6척가량이 적정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미국에서 1∼3척을 구매한다면 국내에서 건조하는 물량이 더 축소될 수 있어 선박분야 방산업체와 원전분야 산업에 파급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다 미국이 핵잠수함과 핵잠수함 기술을 금수 품목으로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데 쉽게 구매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중고 원자력 잠수함을 직구매하더라도 운용 유지비가 엄청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소형 원자로 개발 기술이 충분하기 때문에 부족한 기술은 미측에 협력을 요청하고, 가급적 독자 개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장은 "미국이 판매를 제의한다면 중고 원자력 잠수함이라도 사 와서 독자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당장 내년부터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이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닐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빨리 독자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합참과 해군은 핵 추진 잠수함 확보와 관련해 운영 유지비 규모와 운용 가능 척수, 소형 원자로 개발 기술, 국제법규 저촉 여부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