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 시도한 러 상원의장 "북측, 응할 준비안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한 남북한 대표 간 접촉을 성사시키려던 러시아의 노력이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IPU 총회장에서 한국 대표인 정세균 국회의장, 북한 대표인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잇달아 만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북한 대표단이 한국 대표단을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트비옌코는 남북한 간 불신 때문에 북한 대표단이 남쪽 대표단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면서 "한발씩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긴장 수준 고조를 멈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이날 낮 정 의장과의 회담에서 "최근 미국과 북한에서 나오는 수사(修辭)는 아주 위험하다"면서 "상황이 위기 국면으로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도발적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은 제재수단이 소진됐으며 유일한 한반도 문제 해결책은 평화적이고 정치·외교적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면서 "무력적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뒤이어 안 부의장과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양측은 특히 이날부터 동해와 서해에서 시작된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견해를 나눴다고 러시아 측은 밝혔다.

안 부의장은 마트비옌코 의장과의 회담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성명을 전달했으며, 마트비옌코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이 성명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에 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안 부의장은 한글로 된 김 위원장의 성명 전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성명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성명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9월 유엔 총회 연설에 대해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칭하면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며 군사옵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이날 정 의장과는 약 30분, 안 부의장과는 약 1시간 30분 동안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러시아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친 정 의장은 폴란드로 이동할 계획이어서 북한 안 부의장과의 회동은 불가능해졌다.

안 부의장은 이날 총회장에서 우연히 만난 민주당 송영길 의원(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 악수를 청하자 마지못해 응했다고 송 의원 측이 전했다.

한반도 위기 해결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러시아는 IPU 총회 기간 남북한 대표 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북한 측의 거부로 끝내 성사되지 못하고 말았다.
러시아 IPU 총회 기간 남북한 대표 접촉 끝내 무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