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트럼프·핵카드로 체제보장 매달리는 김정은…日 공조도 힘들 듯
한미군사 훈련 규모 축소·스웨덴 중재론 등 대두
틸러슨 北美 대화 시사에도 국면전환 '불투명'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 채널을 열어뒀다며 국면전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1일 지적했다.

북한이 아직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데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양보할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이미 공언했다.

또 미국과 북한이 '로켓맨(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개 짖는 소리(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의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역시 물러설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올해 33살인 김정은 위원장은 오히려 핵 보유력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미국과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시기에는 도발을 줄이는 경향이 있지만, 핵 능력을 체제보장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는 김정은 위원장도 이에 해당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정치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에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카드를 내민 만큼, 미국이 북한과 직접 접촉을 한다는 소식은 아베 반대파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아직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최근에는 NYT에 "북한과 더 이상의 대화는 막다른 길"이라는 내용으로 기고까지 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야당 의원들이 '봐라,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일본을 뒤에 남겨놓고 떠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의 문을 열 틈새를 찾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NYT는 내년 봄까지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예정돼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 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북한에 제시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북한의 무기 개발 프로그램 동결 대가로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중단을 제안한 바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이같은 제안을 거절하긴 했지만, 규모에 관해서라는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동결을 위한 동결을 거절했다고 해서 미국이 합동 군사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수정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북미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 과정에 관여했던 스웨덴이 '피스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의 울브 한센은 외신에 "스웨덴은 북한에 수감된 미국인 석방 문제를 포함해 그러한 일을 수차례 해왔다"고 말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도 "틸러슨이 언급한 세 가지 채널은 뉴욕채널과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등을 지칭할 수 있다"며 스웨덴의 역할론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