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두고 '직무 관련성' 의식…집권 초기 "걸리면 죽는다"

다음달 초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A의원실은 조용하다.

통상 추석 전후에 잡힌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과 인사차 함께하던 점심·저녁 약속도 거의 없다.

매년 추석 연휴 한 달여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던 특산품 선물도 모습을 감췄다.

지난해 9월 28일부로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첫 추석 연휴가 돌아왔다.

매년 명절 선물을 주고받으며 시끌벅적하던 국회도 청탁금지법을 의식하면서 달라진 분위기다.

A의원실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관 정부 부처가 행정안전부니까 각종 지자체에서 특산품을 많이 보내줬는데 올해는 사무실로 온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감 때문에 의원실을 방문하는 기관 관계자들이 박카스 하나라도 사 들고 오는 경우도 못 봤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음식의 상한액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다.

하지만 애초에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작은 선물도 주고받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추석은 연휴 직후 곧바로 국감에 돌입하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에 대한 의심을 살 수 있는 점도 작용했다.

정권 집권 초기라 공직기강도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국방위 소속 B의원실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추석 연휴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의원실로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의 집 주소를 문의하던 전화도 뚝 끊겼다.

B의원실 관계자는 "올해는 지금까지 한 통도 집 주소 묻는 전화를 못 받았다.

조금의 구설수라도 날까 봐 조심하는 것"이라며 "이맘때쯤 의원실에는 먹을 것이 넘쳐났는데 아예 그런 문화 자체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실에서는 '선물 등을 일절 주지 않고 받지도 않겠다'는 공지를 지인들과 관련 기관에 보냈다는 후문이다.

의원실에서 선물을 보낼 때도 청탁금지법에 명시된 상한선 5만원을 철저하게 지키느라 보좌진들의 업무량이 늘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한 보좌관은 "선물의 가격대와 보낼 대상을 이중 삼중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선물 업무가 조금 더 많아졌다"며 "집권 초기라 '걸리면 죽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아직은 청탁금지법에 대처하는 요령이 생긴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