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규제영향분석, 요식행위 아니라 정책 설계와 연계돼야"
KDI "의원입법안은 규제영향평가 안받아… 규제개혁 노력에 공백"
국회 통과 법안의 절대 다수인 의원입법안이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있어 규제개혁 노력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영향분석이 규제 신설이나 폐지를 미리 결정한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져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규제 거버넌스의 동향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OECD 회원국 규제정책 및 거버넌스에 관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심도 있는 논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규제영향분석(RIA), 사후평가, 이해관계자 참여, 규제 감독 등 네 가지 세션으로 구성돼 세션별 연구결과 발표와 토의가 이뤄졌다.

니콜라이 말리셰브 OECD 규제정책디비전 국장은 "규제영향분석이 요식행위가 아니라 정책설계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영향분석은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려는 경우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파급효과를 사전에 분석, 불합리한 규제가 신설·강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다수 OECD 회원국들은 시간상 제약 등을 이유로 정책이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규제영향분석을 형식적으로 따라야 하는 절차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리셰브 국장은 지적했다.

이종연 KDI 규제연구센터 분석평가실장은 "19대 국회 기준 발의법안의 94%, 가결법안의 86%를 차지하는 의원발의 법률안은 사전 규제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가 전체 규제개혁 노력에 큰 공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규제개혁시스템 OECD 평가에서도 이 문제 개선 필요성이 지적됐다고 이 실장은 전했다.

그는 "의원발의 법률안에 사전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한 해외사례를 찾기는 어렵지만 이는 규제영향분석이 실시되는 정부제안 법률안이 가결 법률안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공무원이 규제를 신설할 유인은 상대적으로 큰 반면, 규제를 완화·폐지·개선할 유인은 작아 사후평가가 적절히 수행되지 않는 만큼 이를 의무화하는 한편, 결과에 따라 포상과 승진, 벌칙 등 인사조치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규제비용관리제 운영 과정에서 사회적 편익이 큰 규제가 폐지·완화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적정하게 반영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준경 KDI 원장과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말리셰브 OECD 규제정책디비전 국장, 필리포 카바시니 OECD 정책담당관 등 정부와 대학, 연구기관 전문가 등이 대거 참석했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