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 낙관' 지적도 나와…일부는 "복지 확대·일자리 늘리기 더 과감해야"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8년 예산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잘 보여주는 예산안이라고 평가했다.

서민 생활 지원에 방점을 찍은 사업들이 돋보이고 복지지출 증가에 대응해 정부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지출 구조조정 외에 다른 재원조달 방안은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4조원 이상 깎아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文정부 첫예산] 전문가 "민생 지원·구조조정 긍정…재원조달·혁신성장은 미흡"
◇ "재원조달 방안 불명확해…총지출 7% 목표 다소 높아"
- 성태윤 연세대 교수 -

내년 예산안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으로 짜였다.

현재 나와 있는 것으로는 아직 명확하게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불명확해 보인다.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로는 필요한 재원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명시적 증세를 하거나 박근혜 정부 때처럼 집행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실상 증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초과 세수로 충당하겠다고 하지만 내년 정도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초과 세수로 중장기계획을 세울 순 없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세수가 크게 부족한 적이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줄이는데 SOC 예산은 복지처럼 지속적인 지출 아니다.

반면 복지지출은 계속 지출 구조다.

복지지출 재원을 SOC을 줄여서 충당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옳지 않다.

재정 건전성 설명하면서 D1(중앙·지방정부 부채) 기준으로 하는데, D3(D1에 비영리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합한 것)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기금 충당 부채가 문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바닥난 상태인데 국민연금도 어려워지고 있다.

D1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대에 맞추려고 하면 공공기관 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정책 이행을 위해 공공기관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연금, 공공기관부채를 합친 포괄적인 부채 개념은 거의 90%에 이미 육박하고 있다.

이 부채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GDP 대비 2% 내로 관리한다고 했는데 쉽지 않다.

공공기관 부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계획도 있어야 한다.

총지출 증가율 7%대 목표는 다소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경상 GDP 성장률이 5%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출을 7% 늘리면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정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지출하면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적인 지출구조를 갖는 재정구조를 갖게 되면 재정 건전성 확보가 쉽지 않다.

◇ "지출 구조조정 규모·방향성 바람직…경제 전망은 낙관적"
-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고용, 복지 중심으로 지출을 확대하고 고소득층·기업의 세수 확대를 통해 재정을 운용한다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잘 보여주는 예산안이다.

SOC 투자 조정은 필요하지만 여가·문화 관련 인프라가 너무 빠르게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결국 국민의 소득을 늘려서 여가, 문화 등 내수 소비 확대를 꾀하려는 것인데, 여가·문화 소비가 잘되지 않는 걸림돌이 관련 인프라 부족이다.

소득은 늘어났지만 소비할 곳이 없어 해외로 소비가 옮겨가거나 인프라 부족으로 여가·문화 향유 가격만 높아질 수 있다.

체육, 관광 예산도 앞으로 수요가 제일 많이 늘어나는 국민체육 분야 등을 고려해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 수준으로 전망한 것은 잘 지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중요하다.

과도하게 높아진다면 관리를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경제 흐름 전망이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전망을 기초로 세수를 추계한 듯하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등으로 성장세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 회복을 전제로 경기전망을 했는데, 내년에는 세계 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저유가로 실질소득이 늘어 예산의 균형이 가능하지만 내년 이후에 장기적으로 이 흐름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소득주도 성장 방향과 함께 전반적으로 경제의 비효율적인 측면이나 부패를 줄이는 것도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다.

국가 예산부터 깨끗하고 투명한 경제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

11조5천억원이라는 지출 구조조정 규모 자체도 그렇지만 방향성도 그렇다.

투명한 제도가 경제 전체적으로 확산해 간다면 경제 성장에도 좋은 요인이 된다.
[文정부 첫예산] 전문가 "민생 지원·구조조정 긍정…재원조달·혁신성장은 미흡"
◇ "SOC 구조조정 경기에 악영향 생길 수도…혁신성장 뒷받침 미약"
-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

전반적으로 정책 하나하나는 최적화하는 듯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큰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 활성화라는 부양적 관점도 조금 부족한 것 같다.

SOC는 고용 효과 등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히 큰데, 4조원 이상 줄여버리며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주택 경기가 안 좋아지며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줄어드는 상황에서 SOC 쪽까지 줄이면 여러 면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점을 덜 고려한 것 같다.

공공 일자리 늘리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 생산비 부담으로 전가돼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과연 공공 일자리 늘리기로 전체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지 생각해봐야 한다.

복지 쪽에는 너무 많은 방점이 찍혀있다.

올해 노인이 약 700만명인데 2025년이면 1천만명이 된다.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900만명 정도 되는데 이 같은 점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기초연금 인상은 비가역적 변화다.

나중에 다시 줄일 수 없다.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며 페이스를 조절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 지출을 재정 수입 증가율보다 큰 연평균 5.8%로 잡은 점이다.

재정 수입이 5.5% 늘어날지 장담할 수 상황에서 그게 꼬이기 시작하면 적자는 늘고 빚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낙관적인 전망으로 보인다.

경제의 또 다른 축인 혁신성장 사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액수가 빈약하다.

◇ "민생 우선 재원 배분 긍정적…더 과감하게 정책 전환해야"
- 정세은 충남대 교수 -
[文정부 첫예산] 전문가 "민생 지원·구조조정 긍정…재원조달·혁신성장은 미흡"
일자리 및 소득 등 민생 우선으로 재원을 배분한 점은 긍정적이다.

저출산, 청년실업, 노인빈곤 등을 고려하면 아동, 청년, 노인층을 아우르는 복지 확대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정부 때 논란이 되었던 누리과정도 중앙정부가 책임지기로 함으로써 국가복지로 지방에 부담 지우는 문제도 해소됐다.

그동안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전체 예산 규모보다 SOC, 연구·개발(R&D) 등 경제사업에 과도하게 예산이 배정됐다는 점에서 경제사업 비중을 줄이고 복지지출을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복지 확대로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복지, 저출산, 일자리 위기 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특히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가지 않는 출산율은 국가적 재앙이므로 기본적으로 임신, 출산, 보육,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더욱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아동수당 10만원은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할 것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적극적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시행,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많은데 이에 대한 적극적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 탈핵으로 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태 전환을 이루어야 하는데 이것도 역시 구체적 내용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국정 과제를 통해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과감한 증세에 나설 수 있다고 공약했으므로 향후 소득주도·혁신주도 성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조세정의를 세우는 방식으로도 아직 얼마든지 증세 여력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복지와 생태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면 그로 인한 단기적 부채 증가는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