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리용호 '조우' 이뤄졌지만 가시적 성과 없어
'3분'의 문 정부 출범 후 첫 대화, 남북 인식차 확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남북 각료급 고위 당국자의 조우는 불과 '3분'에 그쳤다.

그러나 남북간의 '간극'을 확인하는 데는 충분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저녁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 만찬 때 대기실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조우해 악수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 제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대면은 만찬 시작 전 장관들이 다 같이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는 공간에서 장관들 간에 서로 악수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누가 먼저 다가가는 형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뤄진 대면이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강조했다.

환담은 3분 정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실에서의 회동이었기에 두 사람의 대면 장면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ARF를 남북 고위 당국자 간의 대화 기회로 활용한다는 기조 아래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의 회동 방식에 대해 그동안 고민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장소에서 만난 뒤 하루 지나서 사진 또는 영상 자료 없이 만난 사실만 공개하는 '로우키'(low key, 소극적 홍보) 기조를 택한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신규제재 결의가 채택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이 고조되는 시점임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 ARF 대표단 대변인 역할을 하는 방광혁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이 리 외무상 마닐라 도착 후 강 장관과 리 외무상간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이날 의례적 인사 외에 우리 정부의 대북제안에 대해 짧지만 의견이 오간 것은 눈에 띈다.

강 장관은 지난 5일 마닐라 도착 직후 회견에서 리 외무상과 자연스럽게 만나면 도발 중단 등을 요구할 것이라며 대화에 적극성을 보인 바 있다.

3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양측 상황 인식의 괴리는 여실히 확인됐다.

강 장관이 새 정부의 '베를린 구상'과 후속조치 차원의 대북 제안에 대해 북측이 아직까지 아무런 호응이 없음을 지적하고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하자, 리 외무상은 "남측이 미국과 공조하에 대북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대북제안에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남북이 모두 회원국인 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이뤄져 온 남북 외교장관 회동은 과거에도 그 당시의 남북관계 분위기에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남북 외교장관은 북한이 ARF에 가입한 2000년을 시작으로 2004년, 2005년, 2007년 등 비정기적으로 만나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들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ARF 계기 외교장관 회담은 남북간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2005년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만난 당시 반기문 외교장관과 백남순 외무상은 환담을 하고 공동보도문도 냈다.

2007년 송민순 장관과 박의춘 외무상도 마닐라에서 45분간 '상견례' 차원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이후 남북 외교장관 회동은 대체로 '조우'나 '짧은 대화'에 머무는 양상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과 2011년에는 간단한 대화 수준 접촉이 이뤄졌고, 직전 박근혜 정부 때는 악수하고 의례적 인사를 주고받는 수준에 그쳤다.

(마닐라·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