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11조2천억 중 80억 공무원 증원예산 '결사반대'
경기회복세·내년 본예산 편성 등 도미노 악영향 우려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40일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야3당이 전체 11조2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안 가운데 80억원인 공무원 증원예산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고용시장 한파로 청년실업률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일자리 추경이 공전하는 양상이다.

추경 효과 반감은 물론이고 경기회복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추경안은 이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 44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지난 6월 7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했고, 경제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식도 하지 않고 추경 통과를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이대로 가면 '역대급' 기록을 새로 쓸 수밖에 없다.

통과되는 데 47일이 걸려 2000년대 들어 네 번째로 오래 걸린 2005년 경기불황 대응 추경의 기록을 깰 기세다.

이날 당장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2000년대 들어 다섯 번째로 오래 걸린 추경안으로 기록된다.

추경이 국회에서 발목 잡히며 애먼 청년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가는 모양새다.

11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두고 정부는 '일자리 추경'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자리 상황 개선, 특히 청년 고용 상황 개선 사업에 집중했다.

애초 6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처리해 이르면 이달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였지만 추경이 국회 문턱에 걸리면서 정부가 야심 차게 배정한 일자리 사업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추경 처리에 합의하지 못하는 사이 청년 고용 상황은 최근에도 나날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5%로 동월 기준으론 18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체감 실업률로 볼 수 있는 고용보조지표3은 23.4%로 1년 전보다 1.8%포인트나 상승했다.

청년 4명 중 1명이 체감 실업자라는 의미일 정도로 실제 고용 상황이 나쁘다는 뜻이다.

가뭄·침수 피해 지역 주민들도 지지부진한 추경 논의 소식에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추경에는 침수와 같은 폭우에 대비해 재해형 정비사업, 급경사지 정비사업 예산이 반영돼 있다.

가뭄 대책과 관련한 사업은 반영돼 있지 않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가뭄 대책 사업을 추경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터여서 추경 통과가 되면 피해를 다소 보전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추경이 제때 풀리지 않으면서 경기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애초 정부는 추경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포인트(p) 상향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추경을 조건으로 3%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추경안이 한 달이 넘도록 처리되지 못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0.2%포인트 성장률 제고 효과를 온전히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예산안 심의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6∼8월은 기재부 예산실이 각 부처와 함께 내년 본예산을 심의하는 데 매진하는 시기다.

그러나 추경 처리가 언제 될지 몰라 기재부 예산실 직원들이 국회에 온종일 대기하고 있어 내년 본예산 심의에 쪼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들의 말이다.

자칫 400조원이 넘는 내년 나라 살림 심사가 허술하게 될 우려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여야가 합의한 7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18일이 마지막이었지만, 회기 자체는 다음 달 2일까지다.

따라서 여야가 합의한다면 본회의 일정을 잡아 추경안을 처리할 수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김수현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