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격훈련도 이례적 공개…北에 강력한 경고메시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8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됐다.

미국은 당초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이틀 만인 지난 6일 B-1B 편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할 계획이었지만, 기상 조건 등을 고려해 며칠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한반도 상공에 짙은 구름이 끼는 등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훈련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반도 상공에 전개된 B-1B편대는 공개적으로 실사격 훈련을 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발신했다.

공군은 B-1B 편대가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하고 우리 영공을 빠져나간 직후 훈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B-1B 편대와 함께 비행한 우리 공군 전투기가 찍은 이들 사진과 영상에는 B-1B 2대가 각각 2천파운드(약 900㎏)급 LJDAM(레이저통합직격탄) 'GBU-56' 1발을 투하하는 장면이 담겼다.

B-1B 편대가 투하한 LJDAM은 강원도 필승사격장에 설치된 가상의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대 표적에 명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LJDAM은 기존 JDAM에 레이저 센서를 장착해 정밀도를 높인 유도폭탄으로, 공중에서 투하돼 적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데 쓰인다.

B-1B 편대가 이번에 사용한 LJDAM은 비활성탄으로 알려졌다.

비활성탄은 폭약 대신 같은 중량의 다른 물질을 채운 것으로, 폭발 효과는 없어도 투하 방식은 활성탄과 같다.

이 때문에 비활성탄 투하 연습도 실사격훈련으로 간주한다.

미국 장거리전략폭격기가 우리 상공에서 공개적으로 실사격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B-1B 편대의 전개는 북한에 대한 경고에 무게가 실렸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전략무기인 장거리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면 보안을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의 비난 성명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은 전략무기를 공개적으로 운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달 20일 B-1B 편대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됐을 때도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한반도에 전개된 B-1B 편대는 실사격훈련에 이어 군사분계선(MDL)을 근접 비행하며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였다.

미국 태평양 공군사령부는 이날 B-1B 편대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북한의 지난 3일(미국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일련의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미 공군 F-16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실사격훈련을 한 B-1B 편대는 동중국해 상공에서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하고 괌으로 돌아갔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악천후에도 언제든지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행동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