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실·국장 등 20명 이상 징계…대대적 인사 예고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문화정책 공정성 회복 과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사원의 무더기 징계요구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다.

문체부 안팎에선 징계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커진 데 다소 놀라는 분위기지만, 묵은 악재를 털어낸다는 점에서 약이 될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13일 감사원은 지난 1~3월 실시한 문체부와 소속기관, 한국마사회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79건의 위법·부당 사항 등 적발 사실을 공개하고 28명의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로 444건의 '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가 드러났으며,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늘품체조, 밀라노엑스포,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 등 논란이 됐던 사안들의 문제점도 확인됐다.

문체부 한 간부는 "징계 대상자가 많지만 어차피 한번은 맞아야 할 매라면 맞을 때 제대로 맞는 것이 낫다"며 "새 출발을 하는 문체부에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와 무더기 징계요구는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재한 '예술계 블랙리스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인적 청산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가 있다.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앞서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통해 정무직 선에서 이뤄졌다.

김종덕, 조윤선, 정관주, 김종 등 문체부의 전직 장·차관 4명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밖에 실무를 맡았던 실·국장 이하 간부와 일선 직원들의 시비를 가려 문책하는 일은 사실상 감사원에 맡겨졌다.

이번 징계는 대상이 실장급(1급)에서 사무관까지 20여 명으로 전례 없이 광범위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문체부의 요직을 맡았던 현직 실·국장 등 간부들 상당수가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해임, 정직 등 중징계자가 있고 경징계 대상자도 대부분 인사상 불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당장 새로운 문체부 장관 취임 후 대대적인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앞서 작년 말 실장급 일반직 고위간부 6명 중 5명을 교체한 바 있다.

이 같은 인적 쇄신과 함께 작년 10월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국정농단의 온상으로 지목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문체부에 대한 책임 추궁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정치적 병폐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문화행정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국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장관으로 취임하면 문화예술계의 참여하에 (블랙리스트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고 활동 내용을 백서로도 남기겠다"고 밝혔다.

이번 문체부의 무더기 징계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건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긴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는 문체부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문체부는 1·2차관에 문체부 출신인 나종민·노태강 차관이 발탁된 것에 고무돼 있다.

두 차관 모두 30년가량 문화·체육·관광 정책을 맡아왔다.

특히 노 차관은 박근혜 정부 인사 전횡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이번에 복권됐다.

문화예술인 출신 정치인으로 문화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도 후보자가 신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도 문체부 내부에선 반기는 분위기다.

도 후보자는 오는 14일 국회 인준을 위한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문체부는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비롯해 최근 해빙 무드로 돌아서긴 했으나 여진이 남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대응, 바닥을 드러낸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확충 등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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